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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짐니 Sep 14. 2017

1. 또 오해영

지치지 않고 마음의 문을 부술 수 있는 용기

요즘  y는 상대를 더 좋아하는 연애를 하고 있다. y는 누군가를 오롯하게 사랑하는 마음에 행복해하다가도, 더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느낌. y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한없이 감정에 솔직해지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고, 재지 않고 덤벼드는 불도저 같은 사람.


y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y의 연인인 k가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라고 했다. k가 너무 사랑했고, 증오했고, 미워했던 여자. 더 이상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는 사이지만 간간이 k는 무심코 그 여자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가끔 대화를 하다 그녀에게 상처받았던 이야기를 툭툭 꺼낸다고 했다.


‘그 여자한테 돌아갈 것도 아닌데 뭐가 불안해?’

라고 묻자, y는 대답했다.


k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그 여자일까 봐.



우리는 왜 더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더 사랑한 기억을 더 애틋하고 소중해하는 걸까. 기억하기 싫은 과거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열심히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모순. y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드라마 ‘또 오해영’을 좋아했던 이유가 생각났다.


오해영은 그에게 솔직했고, 참 쉬웠고, 그를 열심히 쫓았다. 남자는 오해영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껴와 연애를 시작했지만, 사실 마음속에는 사랑했던만큼 미운 구여친이 있었다. 오해영은 그런 그의 마음을 두드리다 못해, 문을 부수어버린다. 항상 그 앞에서 솔직하게 울고, 욕하고, 때리고.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하고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남자에게 과거의 연인이 돌아왔지만, 그는 오해영을 선택한다.


오해영의 솔직함과 참 쉬운 마음이 그의 미련을 산산조각 낸 걸까? 사실, 그가 오해영을 선택한 것이 저 드라마의 가장 말도 안 되는 판타지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구 여친에게 돌아갈 확률이 더 클지도)미련이 남아있으면 새로운 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차마 y에게 생각의 결론을 말하진 못했지만, ‘또 오해영’을 정주행 해볼 것을 추천했다. 그리고 너도 오해영처럼 그의 마음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안 부수어지면? 그럼 그땐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했다. 살면서 내 마음의 무을 두드리는 사람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거기다 너같이 예쁘고, 착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그의 마음을 두드릴 확률이 얼마나 있겠어? 그러니까 아쉬운 건 그 사람이지, 네가 아니니까!


내 말에 y는 빙그레 웃었다. y의 연애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판타지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y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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