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꿈에서도 파도 소리를 들었다. 하루 종일 바다 앞에 누워있었더니 무의식의 세계까지 점령당했나 보다. 그래도 눈을 뜨자마자 또 바다 앞으로 간다. 오늘은 배를 타고 아말피에 가 볼 계획이다.
아말피행 페리 티켓을 들고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더니 서버들이 "아말피! 아말피~ 아말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정말이지 유쾌하다. 서빙을 하면서도, 의자를 정리하면서도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른다. 덕분에 음식 맛이 더 좋게 느껴지는 건 덤. 사장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사진을 부탁드렸더니 역시 호탕하게 웃으며 셔터를 눌러준다.
쿵쾅쾅쾅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페리가 출발한다. 포지타노가 점점 멀어진다.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포지타노는 묘하게 아련했다. 포지타노에서 아말피까지는 페리로 족히 30분은 걸린다. 긴 시간을(체감상 3시간) 망망대해 위에서 흔들리는 페리에 의지하고 있자니 머리가 빙빙 돈다. 속도 울렁거린다.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나' 배멀미가 심한 나는 기진맥진해서야 아말피에 도착했다.
아말피 해변은 포지타노 보다도 남쪽이어서 인지, 비치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물을 좋아하는 나는 물에 첨벙 뛰어들고 싶은데, 물을 무서워하는 J는 바다 수영을 하자고 하니 얼굴빛이 사색이 된다. 실망한 내 표정을 보더니 "자신은 없지만 한국에 가서 수영을 배워 볼게"하는 J.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J가 나와 똑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첫 연애도 아닌데 J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 보다. 말도 안 되게 내가 좋아하는 100가지를 J도 똑같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산지 4개월 정도 된 우리는 서로가 정말 다르다는 걸 안다. 3개월 동안 끊임없이 싸웠고, 이제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가끔은 "난 당신이 그런 사람인 줄 정말 몰랐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건 '우리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 지금은 안다 "당신과 내가 똑같아"보다 "당신을 위해 노력할게"가 더 멋진 말이라는 걸.
아말피 골목을 걷다가 오징어 튀김집을 발견했다. 아말피의 오징어 튀김은 먹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 비주얼도 비주얼이고, 갇 튀겨 나온 오징어와 새우의 냄새가 후각을 공격했다. 참지 못하고 오징어 튀김을 주문했는데, 내가 콜라를 사러 간 사이 J가 시카고에서 온 모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며칠 전에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왔다고, 어디서 오셨냐고, 자신도 시카고를 좋아하고 마이클 조던을 좋아한다고 농구를 하는 흉내까지 내고 있다. 이 사람 이래서 내가 좋아하지. 붙임성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 더듬더듬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더니 영어 참 잘한다는 칭찬까지 듣고 나서야 씨익 웃어 보인다.
4시간 남짓 아말피를 둘러보고 다시 포지타노로 돌아왔다. 오늘도 바다 앞에서 맥주를 마신다. 오늘은 해가 질 때까지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 작정이다.
포지타노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문다.
#6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