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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4. 바랄 것 없는 포지타노

by 짐니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다. 겨울 나라에서 여름 나라로 여행을 온 기분이다. 여행객들의 옷차람이 마치 동남아 휴양지를 연상케한다. 가을날씨를 예상하고 긴팔 옷만 준비해온 우리는 핑곗김에 쇼핑도 하고, 새로 산 여름옷을 입고 포지타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활짝 핀 꽃들이 날씨를 말해준다.
상점이 즐비한 포지타노 해변가 골목.
길이 없어 보이지만 길이 있다.

좁고 길다란 골목을 구비구비 내려가면 포지타노 해변이 나온다. 이 좁고 길다란 골목이 포지타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온갖 상점부터 이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품, 그리고 포지타노 특산물(해산물과 레몬)로 요리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친절한 레몬샤벳 할아버지, 포지타노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했다.
레몬샤벳, 포지타노에 간다면 꼭 먹을 것.


포지타노는 특히 레몬이 유명하다. 포지타노 해변으로 내려가는 골목 입구에서 레몬샤벳을 판매하는데, 포지타노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이 샤벳은 꼭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운 날씨에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올라오는 길에 사먹고 '내려가는 길에 또 사먹을래' 했을정도.


또 이 지역 여행객 치고 레몬사탕을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텐데, 나 역시 친구들이 이탈리아 여행 후 사다 준 레몬사탕을 먹어봤지만, 이 곳에 직접와서 먹어본 맛은 또 다르다. 달콤한 레몬사탕 안에서 새콤한 레몬과즙이 톡 튀어 나온다. 덕분에 캐리어 하나를 레몬사탕으로 가득 사재기를 해버렸다.


-이건 회사 동료들 거, 이거는 친구들 거, 이거는 남편 친구들 거, 이거는 우리 가족 거, 그리고 이만~큼은 우리 거....




앞서 얘기했듯이 포지타노 골목에서는 이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품도 판매한다. 골목의 운치가 더해져 작품들이 한층 더 빛난다. 포지타노를 그린 그림부터, 이탈리아 가죽 공예품, 각종 악세사리, 물고기 모양의 그릇들 까지. 몇일 간 포지타노에 머무르며 이 골목을 오르고 내릴 때 마다 새로워 보였다.


바닷가에 내려가서 포지타노를 바라본다. 이 풍경이면 되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바다를 보다가, 이 아름다운 도시를 보다가,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그렇게 반나절을 보낸다.


해가 넘어간다.


포지타노의 밤이 찾아왔다.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문어요리.
면보다 해산물이 많은 파스타.


운좋게도 포지타노에서 가장 핫하다는 레스토랑에 그것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와인과 함께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는데, 와 맛이 기가 막힌다. 이게 문어와 오징어, 새우의 진짜 맛이라면 지금껏 내가 먹어온 해산물들은 뭐였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게 깊은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행복하다.




-J, 우리 포지타노에 또 올 수 있을까?

-또 오면 되지.


J는 늘 그렇게 대답한다.








#5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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