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다. 겨울 나라에서 여름 나라로 여행을 온 기분이다. 여행객들의 옷차람이 마치 동남아 휴양지를 연상케한다. 가을날씨를 예상하고 긴팔 옷만 준비해온 우리는 핑곗김에 쇼핑도 하고, 새로 산 여름옷을 입고 포지타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좁고 길다란 골목을 구비구비 내려가면 포지타노 해변이 나온다. 이 좁고 길다란 골목이 포지타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온갖 상점부터 이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품, 그리고 포지타노 특산물(해산물과 레몬)로 요리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포지타노는 특히 레몬이 유명하다. 포지타노 해변으로 내려가는 골목 입구에서 레몬샤벳을 판매하는데, 포지타노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이 샤벳은 꼭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운 날씨에 어찌나 시원하고 상큼하던지 올라오는 길에 사먹고 '내려가는 길에 또 사먹을래' 했을정도.
또 이 지역 여행객 치고 레몬사탕을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텐데, 나 역시 친구들이 이탈리아 여행 후 사다 준 레몬사탕을 먹어봤지만, 이 곳에 직접와서 먹어본 맛은 또 다르다. 달콤한 레몬사탕 안에서 새콤한 레몬과즙이 톡 튀어 나온다. 덕분에 캐리어 하나를 레몬사탕으로 가득 사재기를 해버렸다.
-이건 회사 동료들 거, 이거는 친구들 거, 이거는 남편 친구들 거, 이거는 우리 가족 거, 그리고 이만~큼은 우리 거....
앞서 얘기했듯이 포지타노 골목에서는 이 지역 예술가들의 공예품도 판매한다. 골목의 운치가 더해져 작품들이 한층 더 빛난다. 포지타노를 그린 그림부터, 이탈리아 가죽 공예품, 각종 악세사리, 물고기 모양의 그릇들 까지. 몇일 간 포지타노에 머무르며 이 골목을 오르고 내릴 때 마다 새로워 보였다.
바닷가에 내려가서 포지타노를 바라본다. 이 풍경이면 되었다.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바다를 보다가, 이 아름다운 도시를 보다가,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그렇게 반나절을 보낸다.
해가 넘어간다.
포지타노의 밤이 찾아왔다.
운좋게도 포지타노에서 가장 핫하다는 레스토랑에 그것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았다. 와인과 함께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는데, 와 맛이 기가 막힌다. 이게 문어와 오징어, 새우의 진짜 맛이라면 지금껏 내가 먹어온 해산물들은 뭐였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되게 깊은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행복하다.
-J, 우리 포지타노에 또 올 수 있을까?
-또 오면 되지.
J는 늘 그렇게 대답한다.
#5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