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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Jan 28. 2021

Z와 X의 멘토링 메일_4편

살아가는 에너지는 자신을 아는 것에서 나온다

201011_Z의 세 번째 메일에 대한 회신


Z님 안녕하세요. 붉은색 연휴의 희망을 주던 추석은 지나고 뜨거운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군요. 내일 시험 보는 과목이 있다고 했지요. 저는 학교 다닐 때 시험의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시험시간에 끝까지 풀지 못하고 중간에 도망간 적 도 있습니다. 평소에 착실히 공부하는 Z님은 차곡차곡 좋은 성적 쌓아가실 거라 믿습니다. 


저번에 보내주신 답장 잘 받았습니다. 저의 두서없는 글에도, 정성스레 보내주신 글을 읽으니 자연스레 미소를 띠게 됩니다. 뿌듯함과 의미 있는 답장을 써야 된다는 부담감이 몰려옵니다. 초보 멘토가 교훈충이 되지 않게,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 쓰지 않게, 힘을 빼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습니다.


보내주신 내용을 기반으로 보면 Z님은 다음과 같은 사람입니다.


『글을 잘 쓰지만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는 않고, 숫자를 익숙하게 다루고 수에 대한 감각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권한과 책임이 충분히 주어지는 일을 할 때 행복해합니다. 타인의 기대보나는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해 가는 것에 의미를 두며,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개발하여 전문성을 보유하길 원합니다.』  


Z님의 타고난 재능, 일하는 방식, 소중히 여기는 가치 등을 서술해보니 아주 멋지네요~^^ 앞으로 계속 이런 사람으로 살고, 더욱 발전될 수 있길 응원하겠습니다.


주변에 보면 가끔씩 이른 시기에 자신의 진로가 정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동선수들, 의대 생들, 사시/행시 수험생, CPA 수험생 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친구들을 보면, 진로가 일찍 정해졌다고 해서 온전히 자기 적성에 맞는 자아실현의 길을 가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변호사 친구를 보면 늘 회사일에 걱정을 달고 살구요, 회계사 친구는 새로 구한 직장이 앞으로도 계속 잘 나갈지 걱정이고요, 의사인 지인은 새로 개원을 했는데 나름 광고비와 대출 적정이 많더라고요. 어떤 진로를 정하던지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치열한 경쟁과 고단한 현실은 직장인인 저와 다름없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만들어 놓은 진로의 갈림길 속에서 좌회전, 우회전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가치 있어하고, 사랑하는 것을 찾아가는 길이 정말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것이 때론 현실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지 못하며, 단어들로 표현되지 못할 만큼 희미하게 알지라도, 꾸준히 찾아가고 구체화해가며 내 안의 나만의 에너지를 찾아야 합니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할 수 있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공을 하던 살아남던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안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에너지가 자신을 아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마음에 꽂히는 명확한 직무가 없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구체화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것을 출발점으로 직무와 직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꼭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신 안에서 에너지를 찾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시간을 사용할 할 방향을 알려줍니다.  


『아들과 운동하기, 농구하기, 유튜브로 스포츠 보기, 글쓰기, 대화하기, 지인들 사업/직업 응원하기, 생활문제 해결하기, 직접 집수리 하기, 새로운 것 경험하기, 사람들 심리 이해하기, 기계 원리 파악하기...』

제가 좋아하는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것들입니다. 직업과 연결되는 게 많았으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기계 원리 파악하기' 하나뿐이네요. 새로운 부서에서 제가 좋아하는 '전기차 원리 파악하기'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다짐합니다. 좀 더 넓게 보면 팀원들과 대화하기, 보고서 쓰기, 새로운 업무 하기 등도 회사일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설득중... 하지만 내일 아침 출근이 그렇게 기대되지는 않습니다. T.T) 


당장은 일과 연결되지 않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집안 대청소하느라 몸살이 났지만 오늘 아침 아들과 열심히 축구를 했고요, 종종 무릎이 시큰거리지만 어제는 농구 스킬트 레이닝을 처음으로 다녀왔습니다. 틈틈이 브런치에 올릴 다음 글을 구상하고요, 아직 첫 게시물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전기차 관련 블로그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올해 새롭게 공부방 창업한 아내도 종종 지원하고, 최근 이직한 친구와 창업한 친구에게 종종 연락해 삶을 나누는 것도 행복합니다. 그리고 Z님께 보낼 메일 내용을 구상하는 것도 스스로 가치 있고 뿌듯한 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생산적인 직업과 연결될 수 없지만, 예전보다 가능성은 많아졌습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다양한 아이템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세상에 다양한 직업이 이렇게 많은데 제가 20대 때 정의했던 'HR전문가'는 짧은 경험을 기반으로 급하게 정의한 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지금 저를 정의한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세우는 사람', '글쓰기를 좋아하고 기계와 친숙한 사람'입니다. 아직도 저의 소명이 명확하진 않지만, 제가 사랑하는 것들로 시간을 보내고, 내게 허락된 직장과 주변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진실되게 대하며, 앞으로 내게 주어질 어떤 미래도 현재의 시각으로 한정하지 않으며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자아실현과 소명의 길을 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 시대가 원하는 일이 만난다면 대박 나는 날도 있겠지요^^


Z님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도움이 되는 말들을 고민할수록, 명확해지는 것은 제 경험의 편향성입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는 사람이 있고, 저는 그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일 뿐이지요. 십여 년의 직장생활로 직장인의 전형이라 할 수도 있고, 여러 직무를 경험해서 제너럴리스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험과 환경의 특징을 잘 고려하여, 제가 드리는 말씀을 해석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


다음번 드릴 질문은 'Z님이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것들을 찾아보기'입니다. 사소한 것들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고 그와 어울리는 일들을 같이 찾아봅시다. 그리고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것들이나 환경들도 찾아보시고요. 사람을 싫어하는데 영업을 할 수 없고,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인데 도전적인 스타트업에 갈 수는 없잖아요.   


이번 주부터 시험기간일 텐데, 메일 회신은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다음 주 오프라인 미팅 후에 보내셔도 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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