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중입니다
어제 대화중 남편이 무심코 하는 말 중에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게 있었다. 속마음을 돌려 표현했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순간, 참았던 화가 터져 나와 거칠게 감정을 쏟아내고 말았다. 돌아서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왜 나는 또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었을 텐데.
문제는, 마음이 그럴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안의 언어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 부부는 여전히 서로를 배우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따뜻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참 어렵다. 특히 남편에게는 더더욱. 아마도 크면서, 부부가 서로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을 탓하고 싶지 않다.
내 부모님은 누구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이다. 두 분 다 어린 시절, 부모 중 한 분을 너무 일찍 떠나보내야 했다. 부부간의 따뜻한 대화가 어떤 것인지 배우지 못한 채 자라나신 거다. 그 깊고 큰 상처를 품고도, 자녀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셨다. 그렇게 살아오신 분들이니, 나는 오히려 안아드리고 업어드려도 모자란 마음이다.
주님,
이제는 제가 변해야 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제 안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이 울컥하는 언어습관의 고리를 끊고 싶습니다. 제 자녀와 후손들에게는 부드럽고 따뜻한 언어,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는 문화를 보고 자라는 문화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제가 바뀌어야 다음 세대가 바뀔 테니까요.
기도합니다.
비록 늦었지만 제 오래된 말투와 태도가 바뀔 수 있도록 저를 가르쳐 주세요. 남편도, 저도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주님의 영으로 저를 채워주시고,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있는 새 부대가 되게 해 주세요. 이 변화가 우리 가정의 회복이 되고, 다음 세대엔 선한 유산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