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위한 것 이상의 그 무엇
English
호주에서 살고 있으니, 영어에 대해 늘 생각한다.
왜 나는 아직도 유창하게 말하지 못할까?
왜 이렇게 표현이 서툴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왜 영어를 잘하고 싶은 걸까?”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았다.
단지 ‘잘하고 싶다’는 욕심일까? 그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은 자존심일까? 아니면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하고, 더 높은 연봉의 직급으로 올라가고 싶은 갈망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 그 속에는 단순히 유창함이나 정확성을 향한 욕심도 있지만 , 더 진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과 진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갈망이 들어있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내 마음도 천천히 잘 전하고 싶은 그런 소망.
언어는 다리와 같다.
삶은 결국 ‘관계’이고, 언어는 그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니까. 그런데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쓰고 있는 이 언어의 다리가 불안정하니 내가 불편한 거다. 단어는 삐걱거리지, 문장은 어딘가 늘 흔들리고.. 그래서 때때로 원하는 관계로 건너가기 어려울 때 속이 답답한 거다.
둘러보면 많은 한국계 이민자들이 먹고사는 영어로만 만족하고 사는 모습을 본다. 살아온 이민세월에 비해 생각 보다 영어를 못하고, 안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곤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다리 짓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매일 조금씩, 튼튼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단어를 더하고, 문장을 고치고, 내 진심을 표현할 어휘를 찾으면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한다.
유창한 말보다 중요한 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 하나. 서툴러도 진심을 실은 다리라면, 언젠가는 그 다리를 통해 나도 그 누군가도 더 자주 왕래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나는 내가 바라는 만큼의 수려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의 단계에 닿지 못할 수도 있을 거다. 너무 빠른 속도의 잊어버림이 내 속도를 더 느리게 만들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어휘와 단어로도 상대와 깊은 소통과 이해를 나눌 수 있도록 수리하고 다듬어 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는 단지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목표보다, 진정한 소통이라는 언어 사용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