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네 가게 살리기

옆동네 작은 화원

by 진그림
호주에선 화원을 'Nursery'라 부른다/ photo by Jin

호주에 살면서 안타까운 것이 있는데 바로 동네 작은 가게들이 자꾸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백화점형 스토어들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작은 소매점을 가지지 않는다.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 다양한 제품들, 한꺼번에 여러 볼일을 처리할 수 있는 소비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구멍가게, 단골손님으로 운영되는 옷집, 동네 서점, 야채가게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엔 똑같은 얼굴의 프랜차이즈 간판이 들어선다. 무언가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더 씁쓸하다.


동네의 작은 가게들은 단순한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억과 정이 오가는 공간이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의 이름을 알고, 취향도 알고, 오며 가며 들러 담소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동네 커피숍들이 그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모든 게, 단지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데, 그게 자꾸 사라지고 있다.


익숙하고 따뜻했던 작은 가게 하나가 사라질 때, 우리 안의 어떤 감각도 함께 닫히는 것은 아닐까.

퇴비와 모종들/photo by Jin

나 역시 같은 값이면 한 푼이라도 저렴한 곳이 좋다. 품질은 같은데 값은 더 싸고, 가깝고 편리한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산다.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모든 선택이 '가성비'로만 귀결된다면, 결국 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러다 보면, 우리 삶에서 '정', '관계', '이야기' 같은 것들이 점점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옆 동네, 개인이 운영하는 화원에서 퇴비와 모종을 구입했다. 직원이 도움 필요한 게 있음 알려달라고 웃으며 말을 건다. 퇴비 한 포대와 모종 몇 개를 골랐다.

결제를 마치자 직원이 묻는다.

“차에 실어드릴까요?”

그 말 한마디가 괜히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돌아서며 나오는데 기분이 좋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일부러 들르는 동네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우리의 하루도, 우리 동네도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데서의 소비를 조금 줄이고,

동네 가게에서 조금 더 비싸도 물건을 사는 것.

그런 작은 선택 하나가

우리의 일상에 작은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호주 사람들이 세계적인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동네 커피숍을 지켜낸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가게 하나쯤은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단지 소비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동네를 선택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전 10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