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by 진그림
아들이 사 준 햄버거/ photo by Jin

큰아이의 생일이었던 날.

아들이 엄청 좋아하는 로컬 수제햄버거 가게에서 나에게 브런치를 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나,

너무 고맙고 가슴이 뭉클했지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 당황했다. 그때의 대화는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나는 왜 스무 살 때 엄마께 이렇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안함과 아쉬움은 아직도 크게 남아있다.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늦게나마 전해본다.


아들,

너를 만나는 길은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은 상태로, 열 달간,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었어. 예정일을 훌쩍 넘기고도 나오지 않던 네 모습에 초조함과 긴장,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결국 그 시간도 지나고, 곧 죽을 것처럼 아픈 고통이 밀려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14시간의 진통을 너와 내가 함께 견뎌야 했었어.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던 네가 드디어 나오려던 순간, 머리가 산도에 끼이는 위태로운 응급 상황이 생기고, 뒤따른 제왕절개 수술과 긴 흉터 회복의 시간으로 이어졌지.


생명의 탄생에는 참으로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 그런 대가를 치르고도 남을 만큼 고귀한 것이 생명의 탄생임을 너를 낳으며 알게 해 주어 고맙다. 또 네가 자라는 동안 나 또한 성숙하는 시간이었음을 깨달아 감사해. 네가 멋진 청년으로 자라듯이, 엄마도 멋진 황혼으로 잘 익어갈게. 고맙다, 아들.

햄버거도 참 맛있었어.


엄마,

첫째인 저를 갖고 임신기간 내내 엄마가 하셨던 태교가 생각이 나요. 아버지가 학교에서 가져오시는 학생들 시험답안지를 화장실휴지로 쓰시던 그 시절, 꼭 90점 이상의 답안지만 골라서 사용하며 태교를 하셨는데 제가 점수를 잘 못 받아오면 한 번씩 그 시험지 태교얘기 하셨잖아요. 너무 웃겨서 듣고는 깔깔깔 뒤로 넘어가며 웃곤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엄마 나름대로는 모든 것에 주의와 정성을 기울이며 저를 기다리신 거였더라고요.

출산 당일, 너무나 난산이라 아기와 산모가 다 위험해서 산파가 의사를 부르라고 해야 했고, 의사도 안간힘을 쓰시다가 아이를 포기하라고, 아님 산모가 너무 위험하다고 하셨죠, 그런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순간에도 저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주신 것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도 저도 함께 고통을 이겨낸 덕분에 우리가 만날 수 있었네요. 사랑으로 먹이고 입히고 돌봐주신 엄마의 여러 모습들이 제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어요. 90점 이상만 받아오는 딸이 아니었음에도 늘 신뢰해 주시고, 기도로 지원해 주신 덕분에 이만큼 걸어왔어요.

첫 손주를 안고있는 엄마/ 진그림

저를 키워 준 나의 엄마,

나를 어른되게 해 준 나의 아들,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

이전 11화아빠와 아들의 뒷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