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숩다 따수워
오전에
"언니 집에 있어요?"라는 문자가 왔다. 옆동네 사는 현민 씨다. 한국서 오신 친정어머니가 갖고 오신(직접 수확해서 쪄서 말리신) 나물을 좀 나눠주고 싶다고 집 앞에 두고 가겠다는 거다. 방풍나물, 토란줄기, 머위대, 취나물, 생강편까지... 호주에서는 그야말로 구하기 어려운 나물인 데다, 친정어머니 정성이 담긴 보물 같은 나물들을 이렇게나 많이 나눠주다니.
울어머니 아프셔서 이제 이런 건 못 받겠구나... 했는데, 신이 옆동네 천사를 통해 나물을 주신 것일까.
'고마워요.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어요.'
점심때
뒷마당 텃밭에서 일을 하는데, 옆집 스티브와 에리카 부부도 가든일을 하는지 두런두런 얘기소리가 들린다. 담너머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에리카가 잠깐 있으라면서 쿠키를 만든 거 맛보라고 가져오겠다고 하신다. 커피가 들어간 쿠키였는데 한 솜씨 하시는 분들이라 맛은 늘 보장이다. 나도 얼른 들어가 지난여름 만들어 둔 복숭아잼을 한병 드렸다.
저녁엔
뒷집 벤이 맛보라며 뒷마당 나무서 딴 귤을 딸을 통해 보냈다. 며칠 전 볶음국수 맛있게 먹었다면서.담너머로 접시가 오가는 이웃사촌들이 나에게 있다니!
막내가 초등학생일땐 여름엔 뒷 집 벤네 세 딸과 노느라 밥 때도 잊은 딸을 담장 너머로 부르곤 했다. 그때마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울 어머니도 저녁때가 되면 이렇게 목청 높여서 골목에서 놀고있는 나를 향해 "밥 먹자~ 빨리 와~"라며 부르곤 하셨는데.
먼 이국땅에서도 정답게 살 수 있는 이웃이 있어서 정말 따뜻하고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