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은 벤
우리 집 코너를 돌아 뒤로 조금만 걸어가면 막다른 길이 하나 있다. 오후 두 세시가 되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 밖으로 나와 자전거도 타고 스쿠터도 타면서 노는 동네길이다. 큰길에서 안으로 쑥 들어간 길이라 차도 많이 안 다녀서 놀기에 안전하다.
어느 날 딸 셋 아빠인 뒷집 벤이 이 길 입구에 센서를 달아서 차가 진입해 오면 삐이잉~ 하고 벨이 울리게 만들었다.
" 얘들아 차 온다~ 옆으로 비켜라." 지켜보는 부모들이 일일이 소리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지.
매사에 사려 깊고 친절한 벤은 우리 집 전등을 새로 달 수 있도록 두 번이나 도와줬다. 전등 하나에 스위치가 세 군데나 연결되어 있어서 선을 뽑고 연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전기기술자인 그가 흔쾌히 건너와 일을 해 주었다. 큰 전기회사 슈퍼바이저로 일하고 있는데, 나는 종종 사람의 모습으로 천사가 우리 중에 섞여서 살고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몇 년간 지켜보니 벤은 우리뿐 아니라 주변이웃에게도 도움이 필요하면 늘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을 베푸는 것 같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의 벤은 겉보기와 다르게 반전매력이 있었다. 뭔가 재밌는 일도 곧잘 계획해서 창고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해마다 차고 앞에다 재밌고 신기한 것들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구경할 수 있는 이벤트도 연다. 여름엔 거대한 파이프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수영장에 설치를 하고(우리 딸이 그 미끄럼틀을 많이 부러워했다), 크리스마스전등을 교회종탑처럼 만들어 멋지게 장식한다(시골교회인 줄), 코비드락다운 때는 동네사림들, 지인들을 줌으로 초청해 퀴즈쇼, 사이언스쇼도 진행했다.
조용한 신부님 같은 분위기에 엉뚱하고 기발하기도 한 캐릭터를 가진 벤과 그의 아내 케이시, 그리고 딸 셋 아밀리아, 케이트, 루시가 우리 뒷집 이웃사촌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호주, 그것도 한인이 많지 않은 시드니 외곽으로 이사 온 뒤에 이렇게 마음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과 담을 맞대고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날정도로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