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증명에 대한 꼬리잡기

연애시절 기록 한 장

by 진이수


증명할 수 없는 일에 물음을 던지는 건 어리석은 일일까?


모처럼 집에 있는 날, 어릴 적 모아뒀던 일기장을 꺼냈다. 종이엔 온통 상대의 마음을, 혹은 내 마음을 증명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물음뿐이다. 마음의 크기가 달라서 모양이 달라서, 속상하고 섭섭하고 서운한, 유치한 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손으로 눌러쓰는 글씨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쉽게 지울 수 없고 큰맘 먹고 지우더라도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명, 나는 슬픈 그 순간에 페이지를 채우면서도 머리를 굴려 최대한 예쁘게 포장했을 테다.


나는 가끔 현실에서 담이가 된다. 이제 종이에 꾹꾹 눌러쓰는 일기장은 없지만, 종종 휴대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적는다. 적다 보면 이야기는 흘러 흘러 증명에 대해 말하고, 그러면 나는 조금 슬퍼진다. 태생적으로 오는 슬픔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걸까? 꼬리를 무는 생각은 어디로부터 발현된 재능일까? 어설프게 끄적이는 문장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쉽게 삭제될까? 혹은 코웃음을 치며 옆에 있는 구의 어깨에 코를 박고 그 애에게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맡으며 남겨두게 될까?


하루는 들을 거리를 찾다가 좋아하는 책과 똑같은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발견했다. 분명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면 담이처럼 깊이깊이, 신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애틋함을 툭하고 꺼내놓았을지도 모른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가끔 몸에만 담아두고 있으면, 작은 어긋남에도 크게 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답도 없는 증명에 대해 또 묻고 싶어진다.


사실 내가 현실에서 담이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구는 내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된 것이 틀림없다.


나는 스무 살이 될 무렵, 어떤 어른이 해준 이야기를 여즉 믿고 있다.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바로 드는 감정이 그 사람과의 미래를 말해주는 거야."


큰 동그라미 하나를 허공에 그리면, 나는 그 애의 등에 얼굴을 묻고 웃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현실이니 뭐니 머리 아픈 것들을 다 뒤로한 채, 실없고 걱정 없이 웃고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 모습이다. 그러니 비록 증명에 대해 긴 꼬리 잡기를 반복하더라도.


[구는 엄청나구나.]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_증명에 대한 꼬리잡기 [24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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