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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n 06. 2022

또 다른 디스토피아 <비바리움>

내 집 마련을 꿈꿨을 뿐인데


근래 들어, 부쩍 디스토피아와 관련된 작품들을 몰아 보고 있다. 우울할 때 우울한 것을 보면 독이 되지만 원래 대체로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달기 마련이다. 그렇게 넷플릭스를 염탐하다 알고리즘에 뜬 작품이 있었으니, 예비 부모와 사회 초년생에게 현실과 육아의 공포를 안겨줄(?) 위험이 다분한 영화 <비바리움>이다.






처음부터 끌렸던 것은 아닌데, 괴이하고 컬러풀한 포스터에 이끌려 재생을 결심했다. (디스토피아+컬러감=오징어 게임 포스터가 떠올랐다.) 그러나 상상했던 와장창창 우당탕탕 디스토피아는 펼쳐지지 않았다. 미리 귀띔 하자면 비바리움의 진가를 느끼기 위해선 초반 지루한 러닝타임을 잘 이겨내야만 한다. (개인차 있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지루함을 참은 이유는 바로 '내 집 마련'이라는 지독히 평범하고도 소박한 꿈을 지닌 개인들이 그 어떠한 죄도 없이 디스토피아에 갇히는 잔인한 설정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라면 모두 비바리움 속 주인공들이 아닐런지...)


비바리움의 감독 로칸 피네건은 내게는 익숙한 인물이 아니다. 필모를 보니 <위드아웃 네임>이라는 영화로 장편 데뷔를 치른 것 같은데, 포스터만 보고서는 <비바리움>보다는 훨씬 자극적이고 공포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줄거리를 포함,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는 경로가 현재로선 없는 것 같다.





비바리움 포스터 (귀엽다. 무척)




스토리는 단순하다. 두 남녀가 함께 살 집을 구하러 발품을 팔다가 운 나쁘게 욘더 마을로 집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영영 갇히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욘더 마을은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똑같은 생김새의 집이 비현실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곳이며, 집의 모양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들어갈 때보다 나오려고 애쓸 때, 더욱 미로처럼 복잡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커플은 미로 같은 욘더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결국 풀려나는 조건으로 박스로 배송된 아이를 기르게 된다. 아이는 말이 통하지 않을뿐더러 보통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외계인과 같은 속성을 지녔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엄마라고 불리길 거부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엄마'라고 호칭하며 그저 아이를 기르고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속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평온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하는 배은망덕한) 녀석이다.


디스토피아의 모든 결말은 코딱지만 한 희망을 기대하는 열린 결말이거나 죽음인데, 스포는 여기까지 하기로 마음먹었으므로,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초반을 아주 잘 이겨내야 한다.


비현실적으로 귀엽고 신박한 컬러감 때문에 눈이 호강하는 특징이 있고, 사람을 그저 종족번식의 도구로 보는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추측만 하게 되는 존재인) 외계인의 시선이 새삼 기분 나쁜 작품이다.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반성의 사고를 취하게 하며 오늘, 혹은 어제 내 식탁 위에 올라갔던 고기반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이유로 번식을 진행하고 집행하는가.








그러나 다 보고 나면, 반성보다도 그저 '내 집' 하나 갖겠다는 주인공들의 소박한 꿈이 마치 큰 죄악인 것처럼 단죄하는 외계인(?)들의 만행이 화가 나는 영화다. 여러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쓴 시나리오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이라면 부동산 사기로 끌려가 온갖 고생을 하게 되고 하루아침에 생각에도 없던 '독박 육아'의 현실에 처한 이들을 보며 가볍디 가벼운 통장 잔고와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까?(는 바로 나.)


우울할 때 보면 더 우울한 디스토피아. 그러나 이제 현실감 몇 스푼을 더 넣은.


우리의 현실은 늘 밝기보다는 어두움에 가까움을 한번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공포스러운 영화가 아닐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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