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잔인하고 흥미로운
넷플릭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순위를 믿지 않는 편이 좋다, 는 게 개인적인 의견이다. 개인에게 맞는 콘텐츠는 이리저리 눈을 굴려보며 찾는 것을 추천한다. 10개의 순위로 큐레이션 된 영상들은 전체 유저를 포함한 보통의 값이니 특정 장르에 꽂혀 있다면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일상이 디스토피아가 된다면, 혹 머지않았다면.' 발칙한 상상을 기반으로 오츠 스튜디오 시리즈는 '얼마나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에 도전하는 실험적인 시리즈다. 절망적인 환경에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혹은 얼마나 공격적으로 변하는지 사유하고 싶다면 단연코 오츠 스튜디오 영상들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상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시리즈로 묶여 있지만 각각의 독단적인 단편 시리즈물이다. 분위기와 장르적 특성은 넷플릭스의 또 다른 사이버펑크 시리즈인 <러브 데스 + 로봇>과 유사하다.
닐 블롬캠프. 오츠 스튜디오를 이끄는 수장이자 감독 겸 제작자, 그리고 애니메이터다. 감독의 다양한 재능 덕에 오츠 스튜디오 시리즈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영상들이 흥미롭다. 그래픽 구현이 뛰어난 것은 물론, 사람이 움직이는 극단적 모션에서 장르적 기괴함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츠 스튜디오로 소개했지만, 이미 닐 블롬캠프는 국내에서도 <디스트릭트9>과 <채피> 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그가 구현하는 영화적 세상 자체가 전반적으로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는 앞선 두 편의 영화로도 충분히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디스토피아와 사이버펑크. 아직 아득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지만 그가 영화 속에서 하고픈 이야기들은 그런 고차원적 상상력으로 구현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인간군상은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위협적인 순간에 극단적 개인주의가 되는 사람, 혹은 인류애를 발휘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까지.
디스토피아 작품을 통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화두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변하는 인물들이 좋지 않은 최후를 맞이한다는 점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과연 그들의 선택을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가 되겠다.
세상이 팍팍할수록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작품은 연이어 나오겠지만 그런 콘텐츠를 소비하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철학적 사유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를 통감하는 것 외에도 오츠 스튜디오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3D 애니메이션의 미래와 비전, 인류가 일궈놓은 콘텐츠 발전의 매력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암울한 시대를 경계하면서도 그런 콘텐츠와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자연히 깨닫게 된다.
생각이 많고 우울할 때 보면, 더 암울한 오츠 스튜디오. 그러나 보면 볼수록 화려한 그래픽과 파격적 스토리에 잡생각을 멈추게 될지니.
넷플릭스에서 사랑에 빠질만한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한 유저라면, 한 번쯤 닐 블롬캠프의 디스토피아를 만나보시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