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되었지만

쉽지 않은 길

by 진정맘

나는 책을 너무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자기 전에 꼭 책을 읽고 잠이 들었다. 지금은 눈이 침침해져 책을 오랜 시간 읽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젊은 시절(?)에는 책 표지만 보는 것도 좋아서 서점에 자주 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업계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그걸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철도대학을 졸업하고 철도학회에서 일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철도학회에서 논문담당으로 논문집을 발행하면서 책을 만드는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생겼던 것 같다.


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든 출판 관련 학원 같은 것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알아보던 중 기독교 출판 업체에 이력서를 낸 것이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여, 이제 막 생겨난 기독교 출판 단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 후 자녀를 낳고 권고사직을 받기 전까지 계속 7~8년을 다녔던 것 같다. 처음에는 경리일도 보고, 배송업무도 하고 여러 가지 업무를 하며 몇 년을 지내다, 편집일을 하기 시작했다. 글 쓰는 것부터, 책을 발행하는 모든 과정을 익히게 되었다.


처음 보수는 130이었고, 나중에 퇴직할 때 보수는 230 정도였다. 요즘처럼 시급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매일 야근하고 밤 11시까지 일하면서 버틴 세월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아쉬움이 많다. 대형 출판사는 아니더라도 좀 더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출판사도 아니었고, 여러 가지 일을 다 해내야 했던 벤처 회사였기 때문에 편집이나 글 쓰는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오탈자가 나올까 봐 늘 불안해하고,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겨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여러 업무를 함께 보면서 편집일을 맡기 때문에 기쁨보다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 당시에 난 늘 화가 나 있었다. 일의 양에 비해 월급도 작기도 했고, 무엇보다 직급이 위로 올라갈 데도 없었다. 그런 작은 회사에서 난 늘 그만두기를 원했던 것 같다. 결혼과 출산으로 회사에서 먼저 권고사직을 받았지만.


아직도 그 회사는 작은 규모지만 여전히 운영 중이다. 아직도 기억이 남는 것은 그 당시 대표가 우리에게 가스라이팅 비슷하게 훈화(?)를 했던 것 같은데, 항상 이런 말을 했었다.


"삼성처럼 일해라. 대기업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라. 더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라."


그때 당시 20대였던 나는, 어떻게 보면 영혼을 갈아서 일했던 것 같다. 그 작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대표의 말을 듣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스라이팅이었던 것 같다. 삼성이 주는 월급의 반도 안되는데 어떻게 삼성처럼 일하라고 할 수 있을까. 밤 11시까지 일하게 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겠지. 난 정말 미련했던 것 같다. 내 젊은 시절의 열정을 거기에 다 쏟아낸 것이 아쉽다. 그 정도 페이를 받고 그 많은 일을 했다니...


그래도


그 시절의 노력들이 무의미하게 소비되지많은 았았으리라. 지금의 나로 성장하게 하는 시간이었으니까.


감사합니다.

다음 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