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 지온, 태은, 유진, 아인
나는 현재 중학교에서 안전지킴이로 일하고 있다. 보통 노인 분들이 노란색 조끼를 입고 학교에서 근무하시는데, 나는 집 뒤에 있는 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안전지킴이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더니, 바로 일하라고 했다.
노인분들이 하시다가 젊은이(?)라서 뽑으셨나? 그때는 지원한 사람이 없어서 내가 된 것 같다. 매일 8시에서 오후 1시까지 학교에 있는 작은 처소를 중심으로 일한다.
지금같이 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처소 안에 머무는 시간은 훨씬 많아진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너무 더웠다. 겨울에는 춥고.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름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밖의 열기 때문에 선풍기가 아무리 돌아가도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열을 식히고 다시 나오고 이렇게 버텼던 것 같다.
추운 것은 처소 안에 히터가 있어서 그나마 덜한데, 더운 여름은 얇은 옷으로도 버티기가 어려웠다. 매일 '그만둘까?'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간 듯하다. 매일 화장이 지워지게 땀이 흘렀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방학이 온다는 일념으로 지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지금은 쌀쌀한 초겨울. 시간이 지난 만큼 아이들과도 정이 쌓였다.
아침 등굣길에 인사하며 스몰토크를 하다 보니,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사하는 나도 어색하고, 받아주지 않는 아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 받아주고, 인사를 먼저 해주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1학년 여자애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 급식 먹으러 나올 때, 한번씩 처소에 찾아왔다.
"선생님, 내 이름 뭐예요?"
"응? 난 모르지. 이름이 뭔데?"
"난 하진이에요! 이하진. 나부터 외워요."
"난, 유진이예요. 맨날 일찍 오는 아이."
"선생님, 난 태은이에요. 기억해요."
아이들은 저마다 재잘재잘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쉽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니깐 수첩에 적고 기억하려고 애썼다.
다음날.
"선생님, 내 이름 뭐예요?"
"응? 뭐였더라? 세 번만 말해줘. 앞으로 세 번! 그럼 다 외울게."
아이들은 약속대로 계속 얘기해 줬고, 난 결국 외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외운 이름 "이하진".
하진이는 빼빼로 데이라고 빼빼로를 주면서 자기 이름을 제일 먼저 외우라고 하고, 성도 "이 씨"라며 계속 얘기했다.
"하진아, 넌 선생님 하면 잘하겠다. 니 이름을 제일 먼저 외웠어. 주입식 교육 최고!"
나의 농담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중학교 아이들이 막연히 무서웠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귀엽다. 물론 아직까지 무서운 아이들이 몇 명 있지만. 대부분은 귀엽다.
나는 무심한 편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해서 자녀도 많이 낳길 원했나 보다.
자녀뿐 아니라 아이들을 보는 것은 기쁜 일이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만.
오늘도 감사합니다.
다음 화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