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이야기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최고의 낙타를 손에 넣어라."
라는 사우디의 속담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좋은 수단과 방법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표현이다. 그런데 흔히 쓰고 있는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다(A camel goes through the eye of a needle)'라는 속담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쩌다 우리는 상황이 어려울 때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간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을까?
이는 성서에 드러난 예루살렘 성 '트뤼페마토스 라피도스'(trypematos raphidos)라는 '바늘귀 문'에서 유래했는데 이 문은 입구가 너무 좁고 낮아서 낙타(kamelos)처럼 지방이 들어 있는 혹과 짐을 지고 있을 때는 통과할 수 없었다. 부를 축척한 사람들은 이문을 통과하는 낙타처럼 천국의 문에 들어가려면 짐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고 낮은 자세로 지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아랍에서는 낙타 대신 코끼리로 바꾸어 말하기도 한다. 즉 '물질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성서의 말씀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니 어려운 처지에만 쓰는 속담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하나 - 플레이 리스트에 들어간 낙타
Stationary Traveller 1984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Long Goodbyes'는 서정적인 Art Rock 밴드인 The Camel의 명곡이다. Andrew Latimer가 이끈 밴드의 기타 소리는 유독 흐느끼는 듯한 낙타의 눈망울을 떠올리게 하며 앨범 커버처럼 아스라이 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가슴 저림을 느끼게 한다.
이곡은 헤르만 헤세의 '흰 구름(Weiße Wolken)' 시 구절의 일부와 어울린다.
"정처 없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긴 여로에서 방랑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 둘 - 우리 역사 속에 나타난 낙타
거란은 요나라를 세우고(942년) 고려에 사신 30명과 선물로 낙타 50마리를 보낸다. 하지만 고려는 거란을 배척하였기에 사신들을 유배 보내고 낙타는 개경의 만부교 밑에 묶어서 굶겨 죽인다. 이를 '만부교(萬夫橋) 사건'이라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에 "거란은 야만의 나라이니 그 의관을 본받지 마라"하며 '짐승의 나라'라고 까지 하였으며 이는 고려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발해 유민에 대한 민심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행보였다. 낙타를 굶주려서 죽이게 한 것은 되도록 오래 시간을 끌어서 그 정치적 의미를 오래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해석을 하고 있으나 조선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이를 두고 "아무리 오랑캐를 거부한다지만 죄 없고 말 못 하는 짐승을 굶겨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아마도 지금의 동물에 대한 시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지금 이렇게 했다면 국제 분쟁이 일어나거나 전쟁까지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부교(萬夫橋)는 ‘야다리’라고도 하였는데 고려 초 이 다리를 놓을 때 만 명의 인부가 동원되어 하룻밤 사이에 놓았다는 데서 유래하였고 이 사건이 발생한 후로 탁타교(橐駝橋: 낙타다리)로 개칭했으며 정월대보름에 이 다리를 건너면 다리에 병이 낫는다고 했다.
이야기 셋 - 낙타 말고 늑대도 나타났다
낙타(Knocked Hard)-낙타가 나타났다 2020.12 낙타가 나타났을 땐 아무런 음악 검열이 없는데 늑대가 나타나자 음악 검열이 나타났다. 정부의 수장이 '자유'를 외치는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에서 '억압'이 느껴진다. 글로 나마 정부의 왜곡된 자유의 시각을 꼬집고자 한다. "일부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고!" 신중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뮤지션들에게 생채기만 남겼다. 지금이 80년대 군부정권시대도 아니고 정말 역사 역행의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도 마음속에 씁쓸하게 자리하고 있는 2022년 음악사의 어두운 한 장면이다.
이랑-늑대가 나타났다 2021.8설마 이 가사가 두려운 건 아니겠지?
설마 국민들의 배고픔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마녀가 나타났다
폭도가 나타났다
이단이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른 아침 가난한 여인이 굶어 죽은 자식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며 지나간다
마녀가 나타났다
부자들이 좋은 빵을 전부 사버린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막대기와 갈퀴를 들고 성문을 두드린다
폭도가 나타났다
배고픈 사람들은 들판의 콩을 주워 다 먹어 치우고 부자들의 곡물 창고를 습격했다
늑대가 나타났다
일하고 걱정하고 노동하고 슬피 울며 마음 깊이 웃지 못하는 예의 바른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이단이 나타났다
도시 성문은 굳게 닫혀 걸렸고 문밖에는 사람이 도시 성문은 굳게 닫혀 걸렸고 문밖에는 사람이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합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우린 쓸모없는 사람들이 아니오
너희가 먹는 빵을 만드는 사람일 뿐
포도주를 담그고
그 찌꺼기를 먹을 뿐
내 자식을 굶겨 죽일 수는 없소
이야기 넷 - 낙타의 눈물을 닦는 음악
마두금낙타는 새끼를 낳고 출산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새끼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젖을 주지 않고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몽고에서는 이를 달래고자 '마두금'을 연주하고 출산한 여성이 노래를 불러주어 어미 낙타를 달래 새끼 낙타에 젓을 물리고 돌보게 하는데 이때 연주를 듣고 낙타는 눈물까지 흘린다고 한다. 정말 가슴 찡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낙타의 눈물 중 한 장면2003년에 제작된 The Story Of The Weeping Camel(낙타의 눈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 울림을 같이 할 수 있을 듯하여 찾아볼 것을 권해 본다.
음악은 낙타의 눈물샘을 자극하여 미운 새끼마저도 보듬는 태도의 변화를 일으킨다. 진정한 리더라면 미운 새끼라도 버려지지 않도록 음악과 같은 감동의 촉매제로 모두를 이끌어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