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반점을 중국집이라 우기는 세상

선생님과 백남준의 음악

by 염진용

대문호(大文豪) 이어령 선생님의 노래들. 둘


백남준은 계속 손에 든 달걀 모양의 대리석 돌멩이를 굴리며 무엇인가를 그렸다. 여러 가지 수성펜을 골고루 교체해가며 유치원 아이들이 그림 칠하듯 색칠한다.


"왜 수성펜으로 그렸어. 금시 날아갈 텐데."


백남준은 초딩같이 웃으면서 어눌한 말투로 응답한다.


"왜 두었다 팔려고?"


지워지는 동안만 즐겨보라는 거였다. 지워지는 것의 아름다움 속에 생명을 담았다는 말이다.


소멸하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살아 있지도 않은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이 다 그렇다.




비디오 아티스트로 알려진 백남준 님과 이어령 작가님의 대화 내용이다. 백남준 예술가는 뮤지션이기도 한데 비디오를 주로 찾아보지 그의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을 것 같아 앨범을 소개해 본다.


백남준.jpg Works 1958-1979
백남준2.jpg An Anthology Of Noise And Electronic Music Vol,1 2006


학창 시절 TV에서 추석 때였나 백남준 특집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 밤늦도록 그 어질어질하고 괴기스러운 작품을 눈이 시뻘게 지도록 본 적이 있다. 신기해서 본 듯하다. 다시 그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으니 기억이 새롭다. 그때의 감동은 아니지만 여전히 심오함은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독특한 사고의 전개 방식이 항상 물음표로 남으니 그에서 오는 '끌어당김'은 결국 '의아함'으로 남거나 반대로 '의아함'이 결국 '끌어당김'으로써 우리에게 또 다른 정신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듯하다.




이어령 선생님도 백남준 작가의 이러한 예술 세계를 갈파하신 듯하다. 수성펜으로 그려진 돌멩이의 그림을 작가님은 '몽고반점'에 비유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대리석 달걀 위에 수성펜으로 그린 그림들이 조금씩 지워져 가는 것을 본다. 새 눈물만큼 남은 몇 개의 점. 몇 줄의 선이지만 대리석 결을 따라 그 지워진 흔적을 추적하다 보면 몽골 벌판의 지도가 된다. 지워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고 위대하다. 갑자기 몽골 초원 바람 소리가 들리고 지워진 어머니의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독일 아헨의 관객에게 보여준 남준 파이크의 몽고반점일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그의 엉덩이에 무슨 몽고반점 같은 것이 남아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그때 그가 보여준 퍼런 반점들은 자신이 물감으로 그림 바디 페인팅이었을 것이다. 하얀 대리석 위에 그린 그림처럼 곧 지워지고 말 몽고반점 아니 그게 진짜라도 어머니의 바다처럼 몽골 대초원의 바람처럼 모두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소인(消印)을 남기고 떠난다.


중략


'청남대'를 대학이라고 하고 '으악새'를 새라고 하고 '몽고반점'을 중국집이라고 우기는 세상이라는 데도 삼신할머니의 손자국은 여전히 '한국인 이야기'의 엉덩이에서 뜨겁다.




용어 해설


소인(消印) : 지우는 표시로 인장을 찍음. 또는 그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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