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뮤지션들

Head In The Cloud Forever

by 염진용

NIKI 그녀의 이름은 ZEFANYA


며칠 전 비가 무척이나 시원스레 내렸다.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차도 아스팔트도 폭포수로 청소한 듯 깨끗해졌다. 어릴 적 비 내린 다음날 학교 운동장 모래가 너무나 환해 교문을 들어서며 신발 벗고 맨발로 교실 입구까지 걸어갔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을 소환한 날이랄까!


비오기 전날 구름처럼 흩어져 있던 뮤지션들이 있었다. 뭉게구름은 아니나 살포시 하늘 아래 드리워져 이리저리 흩어져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는 그런 뮤지션들이 있다. 땅에서 보면 먹구름이지만 하늘 위에는 'Siver Lining'의 휘황찬란한 은빛이고 그 기분은 'Cloud Nine'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바로 88rising과 그중에 NIKI다. 88rising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국제 뮤직 컬처 기획사이다. 주로 힙합과 알앤비 장르를 품고 있다. NIKI는 이 기획사의 TM이자 간판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다.


용어 해설

중국은 8을 유독 좋아한다. 그래서 88을 더블로 썼다. 8은 중국어로 【八 / bā / 빠】라고 하는데 '돈을 많이 벌다'가 중국어로 '发大财 / fā dà cái / f아 다 차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发 fa의 발음이 8을 의미하는 八 ba와 비슷해서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다. 초대박 즉 돈벼락 맞으라는 뜻의 동양적 이름이다.

Silver Lining은 구름이 햇빛에 비친 아주 밝은 편을 말한다.

Cloud Nine은 구름을 9개 층으로 나누어 가장 높은 곳으로 'Very Happy'라는 뜻이다.


2018년쯤 이들을 처음 알게 된 때는-이들을 구름이라 하고자 한다-구름의 모양이 분명 흩어져 자유로이 떠도는 뮤지션들이었다. 아시아계 뮤지션들을 묶어 세계를 호령해 보겠다는 큰 포부를 품은 '흩어진 구름들' 그 모양이 유연하여 조직이라기보다는 조직이 있는 둥 없는 둥 'Culture'에 가까웠다. 구성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들의 음악은 더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2022년 지금은 그 구름 모양이 덩어리져 우리 눈에 더 크게 들어온다. 느슨한 연결고리로 묶인 음악인들이었는데 더 오밀조밀(奧密稠密)해진 느낌이다. 뮤직 그룹으로 형채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뜬구름 잡던 뮤지션'에서 이 뮤지션들이 실제로 구름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커 버린 것이다.


이미 5~6년 전쯤부터 국내 팬덤이 만들어져 이제는 중견 뮤지션의 꽃길로 한걸음 더 내디딘 듯 한 88rising과 NIKI. 음악성을 인정받은 뮤지션들만이 설 수 있다는 코첼라(Coachella) 뮤페에서 보무당당(步武堂堂)하게 굵직굵직한 국제 뮤지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NIKI를 알았을 즈음에는 국제 인디 뮤지션들의 결합인 88rising의 한 멤버 정도였지만 이제는 이 뮤직 컬처의 트레이드 마크(TM) 뮤지션이 되었다. 대개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니키'에게 맡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만 큼 그녀에 대한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HEAD IN THE CLOUDS


88rising-Head In The Clouds 2018
용어 해설

Head In The Clouds는 말 그대로라면 '구름에 떠 있는 머리'라 할 수 있고 '뜬구름 잡는다'라는 비현실적이라는 대표적 영어 표현이다. Build castles in the air / Get your head out of the clouds로 표현하기도 한다.


NIKI와 이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이 앨범 'Head In The Clouds'(2018)을 듣게 되면서부터인데 앨범 속 그림은 바닷가 모래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흔한 단체 사진이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 그리고 수평선 그 위로 살짝 머리를 내밀고 그 뒤로 구름이 펼쳐져 있다. 앨범명을 연상시키는 그들만의 그림이었던 것이다.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뭐야 이 단체 사진?" "왜 이리 썰렁해?"라는 생각을 가지기는 했다.


이 앨범을 명반(名盤)으로 꼽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드나 그래도 수작(秀作)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많은 리뷰어들이 극찬을 했고 본토 미국의 래퍼들-중국 스타일과 아시아 스타일의 힙합에 새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도 이들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하나 해보면 이 앨범 Vinyl(LP)가 조금은 귀하신 몸이라 7만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다. 이를 알았는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상가로 재발매했다. NO 바가지!


https://88rising.com


이 앨범 첫 번째 트랙이 NIKI와 Joji가 부른 'La Cienega'인데 제목부터 생경(生硬)하다.


La Cienega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La Cienaga는 The Swamp(늪)이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가사에 '라라 랜드'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지역명임을 알 수 있다. La Cienega Boulevard, a major arterial road in Los Angeles County, California La Cienega/Jefferson station, a station on the LA Metro E Line를 말한다. 아마도 La Cienega Boulevard는 추측 건데 개발되기 이전에 습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된 활동지(LA)에서 얻은 영감을 곡에 녹여냈다. 미니멀한 둔탁한 베이스로 곡의 흐름을 주도하며 빈 공간을 많이 내어준 곡이다. 사실 이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은 Midsummer Madness로 많은 리스너들이 이미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88rising의 간판스타 NIKI는 제파냐(Zefanya)다


23살의 실력파 뮤지션 제파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이다. 우리의 감성으로는 음악하고 조금은 거리가 있는 나라 인도네시아이지만 Ardhito Pramono, Mocca, Tulus, Iwa K, Marion Jola 그리고 Rich Brian 등 국내에서 이미 실력으로 많을 팬을 거느리고 있는 뮤지션들이 많은 나라다. 특히 R&B 장르와 아주 친숙한 뮤지션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88rising 앨범의 스타트는 NIKI의 날갯짓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만큼 믿고 듣는 뮤지션이다.


오늘 하루는 이 뮤지션의 곡들로 꽉 채워 들어보시길... 들으면 들을수록 매력이 더 함!


California 2021



도시가 가지는 거짓 얼굴 이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이 또 다른 거짓으로 비치지만 그러면서도 성공하고자 하는 꿈틀거림을 알앤비와 싱잉 랩 중간쯤의 형식을 빌려 자연스레 펼쳤다.

split 2021



뮤지션으로의 현실 속 삶 LA와 노스탤지어 Jakarta사이의 한 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몸과 마음이 나뉘어(Split) 두 곳 사이 '반절의 안녕'을 뒤로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그려냈다. 홈+ 여진구 편 BGM으로도 쓰였다.


Every Summertime 2021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로 곡의 중간에 시티팝 느낌으로 변주하는 파트는 아련한 사랑의 감성으로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뜨거운 사랑을 할 것 같은 여름날들에 오히려 부드러운 사랑을 해야 할 것 같은 속삭임이 들리는 곡이다.


wanna take this downtown? 2019




이 앨범에서는 'Lowkey'가 가장 들어 줄만 하다.

솔직한 한마디 하면 앨범 커버를 저렇게 찍어서 그렇지 살이 포동포동한 건강미 넘치는 비주얼이다. 그러다 보니(?) 노래 부를 때 숨을 콱 참으며 샤우팅 할 때는 중량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제파냐(Zefanya)의 음악성은 아시아. 대중의 편. 영역 파괴다


첫 번째 Head in the Cloud Festival 연설


NIKI는 LA Historic State Park에 모인 10,000명 이상의 청중들에게 잠시 연설했다. "저는 아시아 여성으로서 이 날과 이 무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제 희망은 오늘날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듣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며 저의 소임은 미국 음악 산업에서 과소평가되는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 아티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말했다.


2020년 9월, 제파냐는 데뷔 장르 벤딩 콘셉트 앨범 Moonchild를 발매 후 한 인터뷰


장르나 사운드를 보면 이 앨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것은 어떤 틀에도 잘 들어가지 않아 나는 그것에 완전히 만족하며 개인적으로 그러한 프로젝트 즉 경계를 넓히고 어떤 관습도 고수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음악은 표현력 있는 예술이라 틀에 갇히면 지루하여 이번 프로젝트는 제가 했던 프로젝트와 다른 게 제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모든 선입견, 규칙, 한계를 버리고 제 창의력이 어떤 방향으로든 운전대를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했다.




뜬구름의 자유로움이 영원하길


88rising, 비비 (BIBI)-Head In The Cloud Forever


신보 'Head In The Cloud Forever'(2022년 4월 16일)를 선보였는데 '포에버'라는 단어가 꼬리에 붙었다. 앨범 그림을 잘 보면 '포에버 구름(Forever Clouds)'이 떠있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들이 표방했던 '뜬구름 잡는 뮤지션'이라는 의미는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결기(決起)를 느끼게 해 주는 '포에버'라 여기고 싶다. 잘 나가는 영화들은 시리즈물을 만들고 '포에버'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던가!


NIKI에 이어 우리의 뮤지션 BIBI에게 바통을 살짝 넘겨준 느낌이다. 비비의 성공도 기대해 볼 만하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대중음악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88rising의 멤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다. 아시아를 표방하지만 인도네시아와 코리아의 멤버들이고 북미 시장에 이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떠도는 구름의 자유로움이 사라져 뭉쳐진 먹구름 덩어리에 빗줄기 되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오래도록 이들의 문화와 노래를 즐기고 싶으니 88한 청춘의 힘으로 뜬구름 잡고 영원히 대박 났으면 한다.



1 28√e 980 = I Lov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