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가 묻는다.
“정치 안 하세요?”
“이제 정치 접으셨어요?”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오그라든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아직 답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사실 그 정체성을 쉽게 버릴 수 없다.
그건 내 이력서 때문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내게 우연이었다.
계획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운이었고, 기회였다.
누군가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때는 솔직히 말해 나도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손을 놓지 않으려고 진심으로 노력했다.
사람들 이야기 들었고, 문제를 풀려고 했다.
욕을 먹으면서도, 억울한 오해를 받으면서도 버텼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다가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은 떠나갔다.
정권이 바뀌었다.
사람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가 잡고 있던 끈도 너무 허망하게 끊겼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싶었다.
해명할 기회도, 반박할 기회도 없이 밀려났다.
정치는 그렇게 차갑고 비정했다.
그 뒤로 정말 많이 무너졌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나를 미워했다.
“내가 부족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내가 너무 나약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깨달았다.
정치는 힘이다.
정치는 사람이다.
정치는 운이다.
그리고 정치는 상처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정치 이야기를 한다.
나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왜 이렇게까지 이 이야기를 놓지 못할까.
왜 이렇게까지 미련이 남을까.
내가 솔직히 인정한다.
나는 올라가고 싶다.
나는 내가 여기서 멈추면,
그동안의 내가 증명되지 않는 것 같아서 억울하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던 시간들이
실패한 이야기로 남을까봐 두렵다.
또 하나는,
지금의 정치가 너무 무기력해 보여서다.
나는 사실 규칙을 지키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관습을 깨고 싶었고,
나쁘게 말하면 규칙 없이 움직였다.
그게 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사람들이 답답해 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
불필요한 거짓말, 위선적인 약속, 그걸 깨부수고 싶었다.
나는 해운대에 시집와서 살면서
이 동네 사람들의 문제를 너무 많이 봤다.
좋은 동네인 만큼, 오히려 가려지는 문제도 많았다.
누구 하나 진짜 듣지 않는 이야기들.
그걸 해결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생각이면 더 정치를 해야지.”
또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마음이면 정치하면 안 돼.”
그 둘 다 맞는 말 같다.
정치는 내 마음을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좋다.
내가 나한테 솔직해지기 위해서 쓴다.
정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묻기 위해서 쓴다.
운이란 게 분명히 있다.
누구한테는 한 번의 기회로 올라가기도 하고
누구한테는 그렇게 쌓아올린 게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면 기회가 오기도 하고
정권이 바뀌면 다 사라지기도 한다.
그걸 너무 많이 봤다.
나는 운명을 맹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이 오면 잡을 수 있게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을 다지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 이야기를 내 말로 만들어 놓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나는 아직도 정치 이야기를 고민한다.
이게 내 솔직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