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번 무너졌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무너졌던 경험이야말로, 지금 내가 다시 서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시의원으로 선출돼서 의회에 들어가면서, 내가 그토록 비판하던 그 ‘정치권력’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깨끗하게 하면 되지.’
‘내가 진심으로 말하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지만 정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나서도, 나의 말은 편집되고 오해되었고,
내가 지키려 했던 명분은 때로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회의장에서의 표정 하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 한 마디,
시민들의 눈빛, 동료 의원들의 정치 계산…
그 사이에서 나는 점점 말을 잃었습니다.
나는 무관사주입니다.
사주 명리학으로 풀자면, 나에게는 권위를 자연스럽게 부여하는 ‘관(官)’이 부족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라고 하면 못합니다.
누구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못합니다.
스스로 설계하고, 스스로 납득하고, 스스로 움직여야만 비로소 나의 길이 됩니다.
이 말은 곧, 권력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리 하나 덥석 주어지는 운이 아닙니다.
누가 “당신이 꼭 필요해”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설계하고 증명해야 자리로 연결되는 운입니다.
처음엔 이게 너무 억울했습니다.
내가 왜 저 사람들처럼 쉽게 인정받지 못할까.
왜 나는 나를 자꾸 설명해야 할까.
왜 나는 사람들 앞에서 더 많이 실패해야 할까.
나는 사실 감정이 뜨거운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세상을 바꿔보고 싶고,
내가 본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불처럼 타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불은 자주 꺼졌습니다.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두려움이 나를 식혀버렸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 말이 틀렸다고 비웃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버리지 않을까.
이 두려움이 나를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무너졌습니다.
언론의 비판 한 줄에 잠 못 이루고,
지역 주민의 따가운 한 마디에 마음이 멍이 들고,
내가 사랑했던 동료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말에 울기도 했습니다.
나는 한때 너무 무서웠습니다.
정치를 다시 하면 또 나를 잃어버릴까봐.
또 내 아이에게 상처 주는 엄마가 될까봐.
또 내 가족이 지켜보다가 마음 아플까봐.
그래서 내려놨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만두냐”고 물었지만,
나는 사실 지쳤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 피했습니다.
정치를 벗어나서 나는 나를 다시 봤습니다.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나는 왜 그렇게 무너졌을까.
나는 왜 그렇게 두려웠을까.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내가 정치인이 되려 했던 이유가 내 안에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내가 본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가 약자였기 때문에 약자를 너무 잘 이해했다는 것을.
그리고 권력의 무서움을 내 몸으로 배웠다는 것을.
정치는 권력입니다.
하지만 그 권력이 늘 누군가를 지켜주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오히려 약자를 짓밟을 수 있습니다.
내가 권력을 갖고 있는 순간, 나도 그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권력의 무서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한 번 무너졌던 사람이니까요.
권력이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경험했으니까요.
권력이 필요하지만, 권력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으니까요.
나는 약자의 두려움을 압니다.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재단할 때의 두려움,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의 무력감,
내 말이 아무 힘도 없을 때의 분노를 압니다.
내가 시의원으로서 무력하게 민원을 못 풀어주고,
기자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처럼 말할 때,
내가 시민이면서도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될 때,
나는 정말 나를 혐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때의 나를 혐오할 게 아니라, 그때의 나를 이해해야 한다고.
그 경험이 없으면, 나는 약자의 두려움을 모르는 정치인이 됐을 거라고.
그 경험이 없으면, 나는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재단하고 평가하는 정치인이 됐을 거라고.
정치는 실력입니다.
정치는 메시지입니다.
정치는 조직입니다.
정치는 돈입니다.
나는 그걸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 정치는 무엇보다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한 번 무너져본 사람이 더 잘 압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누군가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잘난 사람 말고,
무너졌던 경험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권력의 무서움을 잊지 않는 정치인으로.
약자의 두려움을 남의 일처럼 말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나는 한 번 무너졌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권력의 무서움도 알고, 약자의 두려움도 압니다.
그런 정치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나를 설계하고, 나를 증명하려 합니다.
내가 한 번 무너졌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다시 세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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