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아이> 장윤경 글그림 / 길벗어린이
열일곱 살 때 처음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한 지난 13년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친밀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급상승-유지-급하강-유지-급상승-유지' 그래가 나올 겁니다.
우리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매일 함께했습니다. 반이 달랐지만 점심시간에 늘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야자시간이면 서로에게 낙서 같은 쪽지를 써서 자리에 슬쩍 두고 오기도 하며 서로의 인생을 나누었습니다.
스무 살을 기점으로 우리의 관계는 달라졌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대학에 가고, 서로 모르는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만남은 물론 연락 횟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전공이 다르고 진로 방향이 완전히 달라 대학을 졸업해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웠고요. 그렇게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인생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이 아쉽다거나 그 친구에게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잊지 않고 새해마다 서로의 행복을 바랐고, 생일마다 건강을 기도했고, 연말마다 격려를 보냈으니까요.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 역시 변함없었습니다.
스물여덟 살, 우리는 다시 가까워졌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거든요. 우리는 그동안의 부재를 며칠 만에 다 채우려는 듯 낮이고 밤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떠들었습니다. 잠깐이라도 딴짓을 했다간 카톡방에 몇 백 개가 쌓일 정도였습니다.
사실 결혼 준비는 핑계였고, 그냥 서로가 그리웠던 겁니다. 나의 기쁨에 진심으로 웃어주고, 나의 슬픔에 진심으로 울어주는 서로가 말이죠.
그 친구와 함께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관계'에 대해 저만의 답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답을 <달과 아이>라는 아름다운 동화책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
숲속 작은 연못에 노란 달이 있었습니다. 가끔 잠자리, 개구리 친구들이 놀러 왔지만 잠시 머물다 떠나가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한 아이가 숲속 연못을 찾아옵니다. 아이가 연못가에 앉아 작은 돌 하나를 톡 하고 던지자 하얀 물결이 달에 가 닿았습니다. 달도 조용히 다가와 아이의 발등을 간질였죠.
"여긴 어떻게 왔니?" 달이 물었습니다. "저기 언덕 너머에 있는 할머니 집에 놀러 왔어." 아이가 답했습니다. "그럼, 나랑 같이 놀래?" "하지만 난 수영을 잘 못하는데…."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달이 다정하게 말하며 아이를 감싸 안았습니다. 긴 여름 동안, 달과 아이는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습니다. 아주 특별한 친구가 되었지요.
어느 날, 아이가 슬픈 얼굴로 달을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 있니?" "이제 내가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해." "또 놀러 올 거지?" "응… 또 올게!" 달은 매일매일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푸르던 나뭇잎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고 찬바람에 낙엽이 떨어질 때까지도 아이는 오지 않았고, 숲속은 다시 쓸쓸해졌습니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던 어느 날, 아이가 달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연못이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있어서 달을 볼 수가 없었지요. 할머니 집 앞 마당에 보고 싶은 달을 커다랗게 그리고 불러 보기도 했어요. "안녕, 친구야!"
구름이 걷히고, 달은 어느 집 앞에 그려진 자신의 얼굴을 보았어요. 아이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달은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길을 환히 비춰 주었지요. "친구야, 네가 있는 곳이 어디라도 내가 함께 있을게!" 아이는 하늘 높이 뜬 달을 알아챘고, 둘은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달도 아이도 이제는 외롭지 않습니다. 둘은 언제까지나 서로의 마음속에 있으니까요.
이 책은 위로 넘기는 세로형 제본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하늘 높이 뜬 달과 땅을 걷는 아이의 거리, 서로를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시선, 그사이를 장식하는 알록달록한 자연을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외로웠던 달과 아이가 서로를 처음 마주하고, 마음을 나누며 둘에서 하나가 되고, 다시 둘로 멀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재회하여 안도의 눈빛을 나누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진정한 우정이 쌓이는 모습이란 이런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와 친구는 각자 가정을 꾸리고 집 안에 평생 친구가 생기고 나자 다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다 한 번씩 누군가가 물꼬를 트면 이때만을 기다린 사람들처럼 우루루 몰려와 떠날 줄 모르죠.
저는 압니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연락을 몇 번 하는지, 몇 번 만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관계라고. 서로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 무조건 응원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무조건 아끼는 관계라는 것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