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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Nov 18. 2022

어쩌면 올해 마지막 공연

연극 [축제_Parade]

오랜만에 글을 써보고자 앉은 책상 위에서 멍- 때리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몇 번을 저장만 하고 올리지 않은 글들이 쌓여갈 때면, 마치 보스를 앞두고 꺼버린 게임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다 멍-대리는 순간에 손끝으로 전해지는 손톱 끝과 플라스틱 키보드의 바스락 거린 만남이 꽤나 둔탁하게 느껴졌다.


'아-손톱 정리해야겠다...'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가 필요하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연극 연습이 한창인 요즘.

이상하리도 체력소모가 상당한 공연들을 유독하는 올해.

감사하게도 쉬는 시간보단 공연 연습과 공연으로 살아온 2022년.

놀랍게도 끝나가는 2022년의 11월.


그러한 한 해의 마지막 공연의 제목은 [축제]이다.

대게 공연 연습의 진행 방식은 연출이나 그 집 단안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다르다. 보편적인 방법은 있으나 미세하게 분위기와 방향이 다르다. 참여하는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작업 과정 중 하나이다. 유독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번 공연은 테이블 작업이 생각보다 길었다. 분석하고 주제를 이야기하고 전달해보고자 하는 이야기들에 공부하고 자료수집을 해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상대적이긴 하나 육체적으로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연습 초반이었다. 테이블 작업과 리딩을 끝내고 장면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그동안 열심히 체력관리와 꾸준히 해 온 트레이닝들이 그나마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유독 움직임이 많은 공연임에 매일같이 흘리는 땀은 계절과 상관없이 연습실 에어컨을 가동하게 만들었다. 조금 무리를 했던 탓일까. 편도가 부었다. 글도 쓰고 대본도 좀 보다 병원을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의 휴일을 만끽하려 했다. 날씨가 어떤가 싶어 나갔던 베란다에서 쌓여있는 빨래를 멍-하니 노려봤다.


'아-빨래도 해야겠구나...'


겨울에는 빨래가 천천히 마를뿐더러, 두꺼운 옷들 탓에 금세 빨래 바구니가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만 넣으라고 말하듯. 내 옷들을 내뱉고 있었다. 제법 상쾌한 듯한 오늘날 덕분에 빨래를 널고 있는 내내 나름의 행복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쉬는 날이 있을 수 있음에 감사를. 이런 파워 긍정이 어디 또 있을까. 지금은 이런 게 필요하다. 파워에너지만큼이나 파워 긍정. 정신승리도.


공연의 제목이 왜 '축제'인 것인지. 그리고 부제는 왜 'Parade'인 것인지.

이미 테이블 작업에서 소통했던 것들이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제목과 부제에 맞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했던 연기들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의 배역에 흥미롭기도 하고, 좁은 무대에서 많은 배우들이 퇴장 없이 펼쳐지는 공연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보일지도 궁금했다.


이렇게 쉬는 날. 보통은 운동을 하러 가고 싶은 욕망이 쏟아난다. 날씨까지 좋다면?

이건 욕망을 넘어 운동에 대한 엄청난 야망까지 생겨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운동선수도 매일 운동 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머리는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몸이 말을 하는 것 같다. 하루 정돈 쉬어도 되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내일이면 다시 달릴 텐데 오늘 하루 쉰다고 몸이 굳는다거나 체력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체력은 충전이 될 테니. 이럴 때면 핸드폰처럼 고속 충전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단 몇 시간이면 풀 충전이 되고, 방전되면 또 몇 시간이면 충전되고...


'아?'


'그런 핸드폰의 평균 수명은 2년이라던데...'


방금 바랬던 것들은 없던 걸로. (퉤퉤퉤-취소.)



자주 들어가 보진 못하지만 한 번씩 들어가는 SNS를 보고 나면, 요즘 주변에서는 여행을 참 많이 다니는 것 같았다. 먹어보지 못한 외쿡 음식들 사진이나, 가보지 못한 건물이나 풍경에서의 사진들은 멀게나마 느끼는 대리만족 정도로 하트를 누르고 기약 없는 스스로의 약속으로 문을 닫는다.


'나도 나중에 여행 가봐야지.'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 누가 보면 끔찍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줄.

나의 인생 중에 외국여행을 그려볼 수 있을까.

일단 눈앞에 있는 공연부터 그려야지.




공연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
밀린 넷플릭스 몰아보기.
쉬는 날 끝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
밀린 대사 외우기.
아-파워 행복하다...


 

<연극[축제_Parade]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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