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성격 강한 계절들의 온도는 굽히지 않는 자기주장으로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킨다.
깜짝 선물 같은 추위는 패딩 살 돈도 주지 않은 채 맹렬하게 찬바람만 불어대더라. (냉정하여라-)
비교하는 건 나쁜 거라지만, 남몰래 비교해본다.
'작년 10월은 이 정도로 안 추웠었던 것 같은데...'
서운해하지 말길. 올 가을은 작년 가을에 왔던 같은 손님이 성격이 급해진 거라 생각할 테니.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 건네며.
제작하고 준비했던 공연이 끝이 나고, 다음 공연을 위해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오디션의 방법은 다양해졌다. 다양 해졌다기보단 추가가 되었다는 느낌이 크다. 배우들의 프로필을 받은 제작사 쪽에서 바로 대면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오디션이 추가된 것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사운드 모든 걸 충족시켜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들어왔다. 조금씩 늘어나는 장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허탈하게도 느껴지지만 이 또한 과정이라면 과정인 것이니.
하지만 이런 비대면 영상 오디션이 연극 오디션에도 요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택사항이라고는 되어있으나 그 누가 그 말을 무시할 수 있을까.
어쨌든.
부랴부랴 영상을 찍어 보냈고 나름의 방식으로 편집을 하여 지원서와 함께 보냈다.
1차 합격 후 2차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진행 절차 공지를 확인했다.
4~5명이 함께 들어가는 그룹 오디션.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오디션.
1시간 30분?!?!?!
1시간 30분~!?!?!!?!?
'좀... 길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짧은 시간보단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세 달을 함께할 동료들인데, 어찌 단 몇 분 만에 판단하고 뽑는단 말인가. 오히려 갑자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전환이 빠른 편인가 보다.)
낮에 있었던 공연이 끝나고 헝클어진 머리로 늦지 않게 가기 위해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넓은 오디션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테이블들.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어있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어색함이 사라지게 만들어줬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오디션 시간은 벌써 끝났나 싶을 정도로 금방 끝났다. 처음 본 사람들과의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서로의 건승을 빌게 되고, 다음에 합격과 함께 또다시 만나뵙길 바라며 기약 없는 작별을 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합격]
그렇게 다음 작품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무심코 내뱉은 한숨이 눈에 보이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코 끝 시린 계절이 오면 무대 위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었지만, 어쩌다 느껴진 10월의 추위에 빠른 속도로 지난 며칠을 적어봤다. 때론 여유롭게 한 자 한 자 눌러가며 쓰는 글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급한 마음에 내 생각을 옮겨 담는 이런 글도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그 어떤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오늘의 마지막 엔터를 힘차게 눌러본다.
추운 가을에 한 번씩 내비치는 햇살이 반가운 요즘. 추운 겨울이 오면 더 반가운 손님이 되어 내 마음 내비쳐 표현하련다. 옅은 눈웃음으로 짙은 감사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