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작 Sep 28. 2022

4년 만에 12km

마라 맛 마라톤

언제였더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다 못해 목에서 쇠맛이 날 정도로 뛰어본 게.

생각해보니, 생각이 나지 않아서 지난 사진들을 뒤적뒤적-

이래서 역사는 기록해야 하는 법.(?) 

기록해둔 사진들의 날짜를 보고 있자니 한 번 더 시간의 빠름에 한기가 돌아 몸을 움츠려본다.

언제였더라? 시간이 따뜻해본 적이.




6년 전, 8km 장애물 마라톤.

4년 전, 10km 마라톤.

그리고 오늘. 

다음 달 열리는 12km 마라톤을 신청 완료했다. 좋은 취지에서 열리는 마라톤이기에 조금 더 뜻깊은 마음이긴 하나, 솔직해보자면 개인의 한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최근 트랙이 있는 괜찮은 공원을 발견했다. 울퉁불퉁한 산에서만 뛰다 평평한 트랙에서 뛰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인지. 요 며칠 힘든 줄도 모르고 바람을 가르며 뛰어댔다. 더군다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 중이었고, 혼자 뛰는 게 아닌 같이 뛰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운동도 하고 연습도 할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었다. 누가 들으면 선수마냥 진지할 수 있겠지만, 신청을 끝 낸 지금! 엄청난 전투력이 상승 중이다. 


기억을 더듬어 지난 마라톤대회들을 생각해보면, 몇몇 손에 스치는 추억들이 제법 기분 좋은 웃음을 지게 만든다. 길을 잘못 들어 외딴길로 뛰던 그때. 마라톤을 하면서 길을 잃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성취감과 좌절감이 공존하던 순간이었다. 10km였지만 분명 남들보다 더 많이 뛴 건 확실하다. 이번에는 완주도 목표가 있지만 길을 잃지 않고 온전한 12km를 뛰어 보고자 한다. 앞선 대회들은 지인들과 함께 참여했으나 이번 대회는 혼자 나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뜀박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 주변에 많이 없었다. 뭐 어때- 혼자 뛰면 된다. 인생 혼자 아닌가. 마라톤 혼자 나가게 돼서 투정 부리는 건 절대 아니다. 보통 '절대'라는 단어에는 강한 부정긍정이 있다곤 하더라. 그냥 그렇다고요.


내심 걱정도 기대도 된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뛰면서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두 가지를 부른다. 

나이를 먹었다는 핑계가 체력 저하의 이유가 아니었으면 한다. 그냥 단지 그날의 컨디션과 날씨 탓이라고.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걱정을 부른다. 아직 30대의 패기로 기대를 불러보며 각 자리에 앉혀놓고 바라본다. 오늘보다 내일을 더 즐겁게 살고 싶은 '나'이기에 어제보다 오늘이 즐거웠는지. 혹은 행복했는지. 긍정적인 단어들로 정의 내려보고 싶었다. 오늘의 마라톤 신청이 10월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씨앗을 심은 것 같다. 땀을 흘리며 물을 주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대회날 행복이 만개했으면 한다.


어제의 따스함이 오늘을 포근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내일의 시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길-



아주 매콤한 마라 맛 마라톤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사실 마라탕을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 
고로 얼마나 매운지 모른다.
기다려라! 10월의 마라톤아!
작가의 이전글 사진에 이름을 준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