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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Mar 12. 2024

스트레스 없는 세상

요즘 많이 받으세요? 15만원 정도?

*스트레스(stress): 해로운 내외적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기타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뜻이 맞음.
어쨌든 좋은 건 아님.

하루에 보통 한 끼? 혹은 두 끼 정도를 챙겨 먹는 것 같다. 운이 좋거나 과한 다짐이 생기는 날에는 세끼를 먹는 경우도 있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편이고 자기 관리 하나는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2년에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에 지속적으로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위와 대장내시경이 끝나고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조직검사를 실시한다고 한건 매년 2년마다 그랬으니 그러려니 했다. 물론 지금 이 나이에 벌써부터 이러면 조금은 곤란할 것 같긴 한데... 어쩌겠는가. 식생활을 원망할 수밖에.('번복'내 탓이오- 식생활에게 사과를.)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

우선 위 사진을 보여주셨다. 이건 좀 충격이었다. 누군가 칼로 긁은 듯한 붉은색의 출혈?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으나, 좋아 보이진 않았다. 4년간 위가 안 좋은 걸 알았기에 챙겨 먹었던 양배추즙. 조금은 억울해서 여쭤봤더랬지.


"제가 4년 동안 양배추즙을 거의 매일 먹었거든요... 근데 왜..."


"그건 민간요법이나 그런 거니까요. 그만 드셔도..."


그나마 먹었으니 이 정도라고 생각했거늘. 점점 나빠지는 건 도대체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다음은 대장사진을 보여주셨다. 상대적으로 크게 문제없어 보이긴 했는데, 혹시 술을 자주 드세요? 네? 

참고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자부하고 있던 건강이었다. 당차게 '아니요!'라고 했다. 


"그럼 최근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요?"


"그건 모든... 사람들이 받지 않나요?하하-"


어색한 웃음으로 나도 모르게 받고 있던 스트레스를 뒤로 숨겨주었다. (고마워해라. 스트레스-너 들킬뻔했다.)

일주일치 약을 받고 계획에 없던 추가금액을 내고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난 스트레스를 잘 받지만 그만큼 잘 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자기 위안에 빠지고 있을 때쯤 걷잡을 수 없는 잡생각이 한 군데로 모아지고 있었다.



아니 그럼,


스트레스 없는 세상이 있다면?

 해로운 내외적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응! 뜻은 알겠고.(쉿-) 그런 세상이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에게 솔직해지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매일 웃으며 보낼까? 과연 그럴까? 그럼 행복한 걸까?

받는 건 스트레스라는 것이며, 푸는 것도 스트레스 라면 애초에 받지도 풀지도 않아도 될 대상이 없어진다 생각해 보자. 그럼 난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결국 돌고 돌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같았다. 적당한 부정적 요소들은 나를 발전시켜 주는 강력한 적이라고 생각해 보자. 이걸 이겨내면 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강해지겠지. 그럼 또 다른 더 강한 녀석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안나타날수도 있고. 이걸 내성이라고 해야 할지 성장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답이 없는 주제와 상상을 이어간다.


답은 언제나 나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스트레스를 숨겨준 내 잘못도 있고. 이미 답은 알고 있으나 써 내려가지 못해 제출하지 못한, 그저 부족한 시간 탓만 하며 오히려 스트레스 뒤로 숨은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세상이 없다면 스트레스가 없겠네? 

세상은 늘 존재한다. 내가 세상에 없다고 스트레스라는 녀석이 사라질 리 없을 터. 숨지도 피하지도 말고 적당히 힘써가며 이겨보련다. 위를 위해서, 장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오장육부를 위하여. (뜻밖의 건배사-)


각자 나아가는 방향이 다르다. 따라갈 필요도 없고, 뒤를 바라볼 필요도 없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기나긴 마라톤이라고. 그런데 마라톤은 42.195km. 도착 한 뒤 그다음 발걸음은 멈춘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마라톤 보단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 그 어떤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이를테면... 지구의 자전?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지구의 자전이라고...(Me...)


잠시나마 읽어 내려가는 눈에 스트레스가 자기 이야기하는 줄 알고 흠칫-놀라 사라지길 바랍니다.

눈치 있으면 잠깐 사라져 줄 거예요. 힘내자고요.



너무 멀리 가진 마
어차피 돌아올 거잖아.
너무 가까이 오지 마
어차피 떠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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