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충망

명확한 감정의 순간

by 진작

추적추적- 내리고 오도독-떨어지는 빗소리에

스르륵- 짜증이 밀려왔다.


비가 오면

운동을 하러 갈 수도 없고,

나갈 때마다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귀찮음이 동반하기 때문에.

비가 너무 싫다.


대게 이렇게 오는 날에는

각종 간식거리를 잔뜩-보유한 채 집에만 있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이긴 하다.


더 좋은 시나리오를 그려본다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닿는 바깥쪽 자리에 앉아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메리카노 향

달콤함 가득한 티라미슈 한 조각

맘 편한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나누는 수다의 시간.


비 오는 날 내가 즐길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이고 완벽한 시간일 것 같다.


현실은 집콕-!

뭐,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내리는 비를 한참 보고 있노라면

엄청난 영감이 올 것 같은

착각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바깥세상을 바라보다

흐르지 못하고 알알히 맺힌 빗방물이 처량해 보였다.

누가 잡고 있는 것일까. 빗방울?


.'방충망 ?!



뭘 그렇게 봐요?


아무 말 없이 처량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뿐인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직업(배우) 병인가.

말하지 않고 눈빛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훈련은 성공적으로 나에게 흡수된 듯했다.


"놓지 못하는 건지. 놓고 싶지 않은 건지..."


매일 벌레 막느라 힘들었는데...
빗방울 정도 붙잡고 있어도 되잖아요.
항상 막아야 했는데...
이렇게 내리는 비가 막아주는 동안만...
살짝 쉬면서...
빗방울이랑 빗소리에 맞춰 왈츠 한번 정도...
그 정도는 나한테 허락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누가 잡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잡고 있었고

누군가는 붙잡혀 있었다.

흐르지 못해 맺힌 게 아니라

흐르지 않아 머물러서 다행인 것 같았다.


나지막이 행복해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그럼 지금 이 순간 행복하시겠어요?"


지금은 행복해. 너무. 아주. 많이.
그러다 해 뜨면
막아야 하고.
그러다 또 비가 오면
지나가다... 붙잡고.
머물다... 떠나고.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너무 좋아.
행복해.




명확했다.

비 오는 날에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가 부러웠다.

곁에 있던 것이 사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보였고,

영원을 바라지만

영원할 수 없는 것.

어쩌면 그래서 더 슬퍼 보였지만

그 슬픔은 그저 비라는 분위기에 취해서

착각한 거라 생각하려 한다.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 행복의 순간을

그저 만끽하는 모습에...

나도 비가 오는 오늘이 조금은 좋아졌다.

조. 금. 아. 주. 조. 금


p.s 빗방울이 전해 달래요. 당신 왈츠 실력 끝내준다고.


때 되면 다 놓아지더라.


'스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