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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쯤

연극 <Mother, murder>

by 진작

연극 공연 연습은 늘 즐겁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털썩털썩- 힘 없이 내디뎌지더라도 하루에 내가 존재했음이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지방투어공연까지 같이 하다 보니 몸이 힘들다고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조금만 버텨달라 무릎 꿇고 사정하며, 영양제와 긍정에너지를 주입시켜주고 있다. 분명 이 끝은 달디달고 행복할 테니- 그 맛을 기대하며 힘내주길. 괜한 마른기침에 머쓱하게 손 내밀고 동행해 본다. 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길로.


TOP place

높은 세금을 내며, 그만큼의 혜택과 삶의 윤택함을 누리는 곳.

Under place

낮은 세금을 내며, 불편함과 불쾌한 환경이 일상인 곳.


이번 공연의 배경은 이러하다. 미래의 이야기라고 설정이 되어있으니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허나 썩 유쾌하거나 즐거운 상상은 아닐 수도. 세금에 따른 차등혜택. 그렇게 나눠진 세상은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바라봐지고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늘 배워왔던 당연한 말들에는 균형 잡힌 단어들이 담겨있다.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돈이라고 말하지만 명백하게 따져본다면 돈은 존재할뿐 움직일 수 없다. 부수고 무너뜨리고 선을 그은 건 '인간'일뿐.

그렇다면 나도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 작품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했다. 시작단계에 있을 때 난 내가 Under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 세상에서는 작품에서 만큼 의 차등혜택이나 차별은 존재하지 않으니 완벽하게 이입할 수는 없지만 굳이 나눠보자면 그러했다. 모쪼록 그렇게 바라본 시선에서 Top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난 Top의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 그렇게 Top의 입장이 되어보니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음에 무서웠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역할을 떠나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말들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다. 물론 어느 정도 결말을 알고 있고 테이블작업에서 오갔던 대화들에서 예상되는 반응과 생각들이 정립되어 있지만, 그만한 것들이 있음에도 가정을 하고 상상해 본다. 과연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에 돈이 개입되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맞닥뜨리는 비참하고 슬픈 현실이 때론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실제 성격과 비슷한 역을 하는 경우는 드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번에도 그렇다. 그럼에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무수히 내뱉어야 한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으로 극의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한다. 그럼 더 뻔뻔하게- 나는 Fun Fun 하게-


보통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 느낀 점이나 추억을 위해 글을 적어 내려가곤 했다. 이번작품은 연습 중에 시간을 쪼개어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우리 포스터를 올리고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이것을 올린다고 한들 몇 명이나 이 글을 보겠으며, 이 글을 보고 예매를 하고 하겠냐만은. 그저 추억저장용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적어 내려가본다. 할인링크가 나에게 존재하긴 하나 동료 배우들이나 지인들에게 선뜻 뿌리지 못한 것은 좀 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직업. 그보다 더 확장된 그 누군가들이 보길 바란다. (사실 동료배우들에게도 보러 오라 잘 말 안 하는 편-)


마더머더 포스터.jpg 연극 <Mother, murder> 포스터

준비를 하면서 늘 의문점에 휩싸여 아직까지도 답을 내리지 못한 나의 위치에 내일도 뒤돌아보며 대본을 보겠지만, 알게 모르게 생겨나는 '선'들이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에서의 모습이 머지않게 우리의 미래가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대본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


과연 지금 우리가 고개를 내리면 '선'이 보일까?

고개를 들면 보이는 하늘이 모두에게 똑같아 보일까?




나는 그냥 원론적인 이야길 한 거지. 세상에 진리? 뭐 그런 거!

선이 없으면 좋겠지. 하지만 선이 없는 땅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건... 절대 바뀌지 않을 진리라는 거겠지.

연극 <Mother, murder> 中 거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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