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작이라길래 누르고 눌러앉아 쭉 보다 문득
나쁜 인연을 말한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긴 인연을 뜻하기도 한단다. 인터넷이 그렇게 설명해 주더라.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엔 악연보단 좋은 인연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악연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마냥 다 고맙고 즐거웠던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듯. 어떻게 지워내느냐, 어떻게 멀리 떨어질 수 있느냐.
그런 악연을 기억에서 지우며 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긴 인연이라 뜻하기도 하나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없었으면 하는 악연이라는 관계. 그리고 이 전에 있었던 지우고 싶은 악연들을 침묵의 강물에 띄워 바람이 가는 방향으로 흘러 보냈으면 한다. 난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테니. 언제나 늘 그랬듯. 시리도록 아름다운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야 있을 테니 말이다.
한 없이 한가하다 못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없는 요즘. OTT는 나의 가장 좋은 인연이다. 긴 호흡의 시리즈가 선뜻 보기 힘들어지길래 훈련하듯 늘려가 보려 한다. 마치 쉬는 날 쉬지 못하고 예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화에서 시리즈로. 그러다 6부작 시리즈가 있길래 호흡한번 관자놀이 살짝 누르듯 리모콘을 눌렀다.
악연이란 작품은 웹툰이 원작이라고 하더라.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기에 제목을 처음 들어 봤을뿐더러 예고편도 보지 않고 바로 정주행을 시작했던 터라 오히려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악연들. 잘 지내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그런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답을 내렸으니 말이다. 언제나 세상은 가끔 나를 배신하곤 하니까. 그렇다고 매번 그런 건 아니니 적절한 간격으로 세상과 밀당 중인 걸로.
3화가 끝나고 잠시 숨도 돌릴 겸 물 한 모금 마시고 핸드폰에 쌓인 숫자들을 씻어냈다. 그리고 남은 게 3개라고 생각이 드는 괜스레 정주행을 잘하고 있는 스스로가 쓸 때 없이 대견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성취감까지 느껴졌다. (사람이 일 없이 생각만 많아지니 참-) 그리고 다시 누른다.
6부작이어서 좋았다. 심플하게 딱 하루 만에 정주행을 완료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 시간이 아깝단 생각도 하루를 모두 소비했다는 아쉬움도 적을 정도. 딱- 그 정도.
혹여나 이뤄진 게 하나 없는 하루였다면 영화나 짧은 시리즈 정도 정주행 해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작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삶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시간까지 덤으로.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이 작품이 완벽하다 말할 순 없지만, 미완의 하루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시간정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나의 하루는 오늘도 아쉬우니까-
지나간 악연들에게 추천하며-
악연도 연이라면
툭- 끊어지길.
나뭇가지 하나 없는 하늘에서
강풍 따라 멀리 날아가길.
얼레 두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