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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6부작이라길래 누르고 눌러앉아 쭉 보다 문득

by 진작

나쁜 인연을 말한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긴 인연을 뜻하기도 한단다. 인터넷이 그렇게 설명해 주더라.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엔 악연보단 좋은 인연이 더 많았던 것 같지만, 악연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마냥 다 고맙고 즐거웠던 추억만 있었던 건 아니었듯. 어떻게 지워내느냐, 어떻게 멀리 떨어질 수 있느냐.

그런 악연을 기억에서 지우며 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끈질긴 인연이라 뜻하기도 하나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없었으면 하는 악연이라는 관계. 그리고 이 전에 있었던 지우고 싶은 악연들을 침묵의 강물에 띄워 바람이 가는 방향으로 흘러 보냈으면 한다. 난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테니. 언제나 늘 그랬듯. 시리도록 아름다운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야 있을 테니 말이다.


한 없이 한가하다 못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없는 요즘. OTT는 나의 가장 좋은 인연이다. 긴 호흡의 시리즈가 선뜻 보기 힘들어지길래 훈련하듯 늘려가 보려 한다. 마치 쉬는 날 쉬지 못하고 예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영화에서 시리즈로. 그러다 6부작 시리즈가 있길래 호흡한번 관자놀이 살짝 누르듯 리모콘을 눌렀다.

KakaoTalk_20250410_144924298.jpg 넷플릿스 시리즈 [악연]

악연이란 작품은 웹툰이 원작이라고 하더라.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기에 제목을 처음 들어 봤을뿐더러 예고편도 보지 않고 바로 정주행을 시작했던 터라 오히려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악연들. 잘 지내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그런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답을 내렸으니 말이다. 언제나 세상은 가끔 나를 배신하곤 하니까. 그렇다고 매번 그런 건 아니니 적절한 간격으로 세상과 밀당 중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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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가 끝나고 잠시 숨도 돌릴 겸 물 한 모금 마시고 핸드폰에 쌓인 숫자들을 씻어냈다. 그리고 남은 게 3개라고 생각이 드는 괜스레 정주행을 잘하고 있는 스스로가 쓸 때 없이 대견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성취감까지 느껴졌다. (사람이 일 없이 생각만 많아지니 참-) 그리고 다시 누른다.


KakaoTalk_20250410_144959882.jpg


6부작이어서 좋았다. 심플하게 딱 하루 만에 정주행을 완료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 시간이 아깝단 생각도 하루를 모두 소비했다는 아쉬움도 적을 정도. 딱- 그 정도.


혹여나 이뤄진 게 하나 없는 하루였다면 영화나 짧은 시리즈 정도 정주행 해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작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삶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시간까지 덤으로.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이 작품이 완벽하다 말할 순 없지만, 미완의 하루를 완성시켜 줄 수 있는 시간정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나의 하루는 오늘도 아쉬우니까-


지나간 악연들에게 추천하며-



악연도 연이라면
툭- 끊어지길.
나뭇가지 하나 없는 하늘에서
강풍 따라 멀리 날아가길.
얼레 두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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