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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형제는 좋겠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by 진작

나의 형제가 같은 일은 하면 좋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가장 오래 함께 할 가족이 나와 같은 일을 함으로 인해 평생 외롭지 않을 수 있고 의지할 수도 있는 존재가 있으니 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물론 사이가 좋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상상일 뿐. 나의 가정에는 그럴 수 있는 형제가 없다. 그래서 슬프다기 보단, 외롭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단짝이 없단 점이 문득 찾아온 요즘의 외로움이라고나 할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원하는 대로 말해주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하다 보니 좀 비현실적이긴 하다만, 요즘 세상 돌아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인생영화를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고르는 몇 개의 영화가 있다. 단 하나를 고르기는 어렵지만 여러 개를 나열해보라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어벤저스 시리즈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나에게 폭풍감동과 무궁무진한 판타지세상을 그려준 작품 중 하나이기에 단연코 이 영화를 나의 인생에 넣어둘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또 그중 '앤드게임'은 이로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 작품을 만든 감독의 영화. 루소 형제의 작품 이라길래 리모컨을 멈춰 예고편과 줄거리를 읽어보았다.

나의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고, 한가함이 극에 달았을 때 봐야지 하고 생각의 창고에 넣어두었지.

sdsdsqq.jpg 넷플릭스 영화 < 일렉트릭 스테이트>


로봇이 세상과 공존하다 기어코 전쟁이 벌어지고, 그 안에 승자와 패자가 나눠짐에 생활과 정서적 빈부의 차이가 생겨나고 이로 인해 양쪽은 결국 비상식적이고 아이러니한 삶으로 세상을 변하게 한다.

로봇이 더 인간다운 세상.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은 영화. 그리고 정말 현실 같은 그래픽들은 다시 한번 요즘 기술력에 박수를 치게 되더라. 2시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영화.


루소 형제는 같이 있으면 무슨 이야길 나눌까? 그리고 둘은 얼마나 행복할까?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성공한 사람의 삶과 행복을 내 맘대로 높게 보고 있다니... 다 각자 사정이 있거늘.

대화가 통한다면 이 얼마나 재밌는 시간들일까. 영화가 끝이 나고 꼬리를 물며 드는 생각들이었다.


그리고 로봇이 만들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손재주가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뭘 만들고 성취해 내는 것을 제법 즐겼던 것 같다. 크다 보니 작아진 지갑 탓을 해야 하는 건지. 어쩌다 보니 잠깐 바쁜 인생에 무책임하게 즐거운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뚫린 시간에 줄줄 새어나가는 나의 인생이 오늘은 참 안쓰럽기까지 하다. 안쓰러워지려고 본 영화도 아니고 그러라고 만들어진 영화도 아닐 텐데.


그럼에도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봤고, 주절주절 혼자 떠들 수 있다. 루소형제마냥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언젠가는 로봇을 만들어 하염없이 행복해지고 싶다. 그냥 그렇다고-


어쨌든 재밌는 영화! (나는)



시도해 보았는가
성공했던가.
기도해 보았는가
이루어졌던가.
아마도 그것은 꿈에서나 펼쳐질 세상.
헌데,
눈 감으면 꿈인지
생각하면 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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