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감사해하시길

영화 <국보>

by 진작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모든 걸 잃어도 된다면?

그렇게까지 간절한 이유는 무엇이며, 잃어도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수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기도 전에 다음 문제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 해가 떠도 쌓인 눈은 바로 녹지 않는다. 겨울이니까.

창밖에도 마음속에서도 겨울이 온 것 같다.




주변에서 볼만하다며 소소하게 추천하는 영화였다.


common.jfif 영화 <국보>

일본의 가부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경쟁과 존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시간들. 가부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이라는 부분에서는 정말 많이 공감하며 보았다.

알 수 없는 뭉클함도 알 것 같은 씁쓸함도.


적어도 나처럼 주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독자라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을 것 같다.


common (2).jfif 영화 <국보>


이 바닥 결국엔 다 인맥이란 말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현실적인 요즘. 하루하루 숨을 쉴 때마다 오고 나가는 숨 마저 무료하고 무의미하다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끊임없는 자기 발전보다 중요한 건 끊임없는 인맥 발전이 더 빠른 성공비결이라는 한탄들이 들릴 때면 아리송하게도 내가 연기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잃어버리고 있는 건지, 잊어버리게 되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게 한탄으로 빠져버렸다. (정신차리자)


영화로 다시 돌아와 수다를 이어가 보자면, 본 영화는 상당히 긴 호흡에 맞게 긴 시간(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 시작 전에 구겨 넣었던 팝콘이 소화가 되고 허기가 찾아올 때면 영화의 마지막을 볼 수 있게 된다.


common (3).jfif 영화 <국보>

긴 시간에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이어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공감이 아닐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매서운 바람이 두 뺨을 굳게 만들어도 미간을 찌푸리며 곱씹게 되는 영화 속 대사들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일본에서 제일가는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악마에게 빌었단다.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걸 잃어도 된다는 위험한 거래. 그렇게 성립되어 버린 소원. 그렇게 주인공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그렇게 얻어진 것들에 대한 의미.

무수히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 면..?


그의 딸이 했던 말이 이상할만치 기억에 남아버렸다.


'악마에게 감사해하라고.'


sssssssss.jpg 영화 <국보>

잔잔할 것만 같았던 영화의 잔상은 생각보다 커다란 물결을 그렸다. 계속해서 맴돈다. 맴-맴-맴-맴-여름 매미마냥 끝없이 말이다. 농담으로 이어 갈 수 있는 정신이 있는 걸로 봐선 아직 괜찮은 가보다.


의외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오늘 참 춥더라.
내일 더 춥다던데.
어젠 덜 추웠었나?
생각하면 달라지나.
그저 봄이 오길 기다리기보단,
내가 가야지. 봄에게로.
생각보단 행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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