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행운과 불운의 차이는 한 끗 차이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반대개념들은 한 끗 차이가 아닐까. 모름지기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그 한 끗 차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저 큰 세포덩어리인듯한 느낌. 그래도 어쩌겠는가. 잠들기 전 주절주절 기록하고 싶단 생각에 기분 따위 뒤로 내던지고 컴퓨터 앞에 앉은 내가 대견스럽다는 작은 칭찬으로 쓰담쓰담-해줘야지.
난 행운 아니까.
생전 살면서 예상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던 암에 걸릴 줄이야. 이걸 걸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진을 받은 거니... 걸렸다고 일단 말은 하겠다.
2년마다 연극인이 받을 수 있는 종합건강검진이 있다. 매번 받을 때마다 좋은 결과를 받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큰 문제나 이슈는 없었다. 그저 식생활이 좋지 못한 탓을 운동으로 막아보려 했던 나의 오산이 불러들인 결과들이니, 쿨-하게 받아들이고 잠시 개선하는 몇 개월을 보내고 나면 그만이니까. (이 또한 오만함.)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단단히 마음먹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양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90% 확률로 암을 예상한다며 조직검사를 진행해 보자 했다. 그리고 긴장 속에 흐른 일주일.
오늘.
엄마가 보내 준 낙지볶음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검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공교롭게도 무조건 맛있는 낙지볶음을 먹고 있는 중에 받은 문자가 덜컥-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애처롭고 궁상 받게 혼자 밥 먹으면서 훌쩍-이다니... 그럴수록 강해져야 한다며 볶음밥까지 꾸역 구역-먹고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갑상선암 후기를 보며 위안과 동질감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을 갖고 병원문으로 들어갔다.
10% 확률로 암이 아니길 바라며-
언제나 그렇듯 90%가 10%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인생은 늘 그렇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불운하다 생각하며 의사 선생님에게 결과를 듣게 되었다.
갑상선암이 맞는 것 같으며-어느 대학병원을 원하시는지- 바로 연계를 해주겠다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집이랑 가까운 세브란스로 가겠다고 했고, 절친한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공유해 주었다. 끔찍했던 일주일 동안 무한으로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찬물을 뿌린 느낌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던 것이니 충격이 파도처럼 밀려오거나 그러진 않았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정도? 근데 그 강물에 비가 계속 약하게 와서 넘실넘실 넘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러다 넘쳐버리면 어쩌지?
공교롭게도 오늘은 엄마의 생신이다. 차마 생신에 아들의 암확진 소식을 전할 수 없으니 이 사실은 평생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이젠 이 비밀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
착한 암이라고는 하는데... 암이 착해봤자 암이지라고 생각하며 목부분을 두드려보지만 괜히 죄 없는 피부만 빨갛게 될 뿐.
3월에 대운이 터질 거란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터질게 터지긴 했다. 어쩌다가 알게 된 소식이 다행인가 싶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더 늦기 전에 발견한 것이니 이 보다 행운이 가득한 3월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행운 아니까-
상세하게는 아니어도 조금씩 진료와 수술까지 기록해보려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후기가 도움이 되었으니- 나 또한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위로와 정보가 되는 글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자. 이제 시작!
모든 인류의 건강기본값이 동일했으면 좋겠다.
건강의 차이는 관리와 태도에서 바뀌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이기적 이게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별별-생각이 다 드는 걸 보니.
참-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