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다 하니까
아주 끝도 모르게 좋은 요즘 날씨.(서울 기준)
건방지게 좋은 날씨 탓에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푸릇푸릇한 녹색이 가득한 카페로 들어가
무심하게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맞닿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바람만큼이나 시원한 페퍼민트차를 호로록-
다소 요란스럽게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한 발짝 물러나서 나를 본다면
살짝 소란스럽게 궁상을 떨고 있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이럴 때면 이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멈췄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발자국은
페퍼민트차가 줄어가는 모습을 대신해 볼 수 있었다.
컵의 바닥이 보이자,
뜨거운 물에 제 몸 담가 가열차게 찻잎을 우리고 있는 .티백이 보였다.
잔인할 수 있겠지만,
한 번 더 뜨거운 물을 넣어
다시 우려먹고 싶었다.
뜨거운 물을 리필해 달라는 건,
이름 모를 카페 사장님에게도 잔인한 일 같아 보여
결국 참기로 했다.
덩그러니 컵 안에 놓여있는 .티백에 남은 향긋한 향을 맡기 위해 코를 가깝게 들이밀고는 들숨 한번 하고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행복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고 싶은 집요함에서 나오는
급작스러운 타이밍의 질문. 전문용어로는 '기습 질문', '돌발 질문' 등 이 있다.
아... 저요?
음... 글쎄요... 행복이요...?
아... 음...
승패를 가르고자 했던 질문은 아니었지만
당황한 상대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이긴 기분이다.
"네. 행복하세요? 어때요?"
아...
행복...
음... 행복해요. 네. 행복한 것 같아요.
우려 지고 또다시 우려 질 수 있으니까요.
각자 다르겠지만...
첫 번째 우려진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어쨌든 계속해서 우려 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계속 계속 행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음... 그래서 행복한 것 같아요.
그렇죠?
"네?"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마지막 되돌아오는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 이번 라운드는 괜스레 진 기분이었다.
'우려 진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르게 말해보자면 향과 맛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짜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억지로 쭉쭉- 짜낸다는 말보다
은은하게- 우려내고 있다는 말이 더 좋아 보인다.
지금 우려 지는 향과 맛을 기억하고 음미하고,
또다시 우려 질 다음 향과 맛을 기대하고.
우려낸다에는 한계가 없는 느낌이었다.
.티백이 느끼고 있는 행복에도 한계가 없어 보였다.
어쩌면 세상 모든 행복에 한계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그저 그냥 끝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거.
비록 처음보다 은은한 지라도...
p.s 사골이랑 다음에 같이 만나요.
'승패를 가르자는 건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