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명절의 아침은 대부분 빠르게 시작되었다.
뭔가 게으름 피우면 안 될 것 같고,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숭고하게 보내야 할 것 만 같은
이상한 기류에 휩싸인다.
명절(추석)이 시작되었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하고
아무런 연락이 없었음에
이번 명절도 '그저 그렇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명절이 아닌 그저 그랬던 평소의 월요일처럼.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 산을 올랐다.
수영을 못 다닌 이후 산을 타면서부터 알게 된 것 중에 하나는
계절의 변화를 두 눈으로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는 것.
가을의 완전한 매력을 느끼기 전.
푸릇푸릇함과 갈릇갈릇함(갈색)이 절묘하게 섞여
나름 훌륭한 '식전 애피타이저' 같은 풍경을 자랑했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것도 나름 행복이 아닌가.
'아- 행복이여라'
여기저기 바닥에 널려있는 밤송이를 피해 달려가던 중에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밤송이들을 보니
마치 전쟁터에서 맹렬하게 싸우고 지쳐 쓰러져 있는 패잔병 같았다.
밤 하나 지키기 위해 뾰족한 가시 세워
끝까지 저항했겠지만,
기여코 빼앗긴 밤에 상처 받은 몸을 포기한 채 널브러져 있는
.밤송이에게 눈을 마주쳐봤다.
"괜찮으세요...?"
어? 어어어...
최선을 다했다...
휴...
이제 좀 쉴래...
지쳐 보였다.
패잔병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참전용사로.
"고생하셨어요... 지난날을 돌아보면 행복하셨나요?"
그럼... 행복했지...
밤 녀석...
품고 있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가끔 움직일 때마다 힘들긴 했는데,
느껴지더라고.
녀석이 웃고 있고...
울고 있고...
그 녀석을 지켜주는 게 나의 행복이야.
잘 자랐으니까...
그거 봤으면 된 거지 뭐.
한없이 행복했어...
희생을 행복이라 말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남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한 거라 생각했었다.
주는 것만이 행복이 될 수 있을까.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는 모습이 주는 행복이
삶의 모든 고생을 아우러줄 수 있을까.
행복이라 말했으니
그건 행복일 것이다.
지킬 수 있었음에 행복했었나 보다.
행복은 가끔 주관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p.s 밤은 잘 지낼 거예요. 걱정 말아요 그대. 편히 쉬어요.
'밤아... 효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