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문밖에서 울리는 둔탁한 소리는
대부분 내가 주문한 택배상품 도착 소리이다.
집으로 손님이 불쑥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언제나 불쑥 찾아오는 건 택배상품뿐.
그마저도 반가운 손님이라면 손님일 터.
주문한 손님이 하루 만에 오는 훌륭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포장지를 뜯어 이것저것 주문한 생필품들을 꺼내보고 있자니,
이제는 하나씩 하나씩 대화를 나눠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생겨난다. 피어난 의무감 곱게 접고,
책상에 앉아 달력을 보다 흠칫-
벌써 9월이 되었으며,
나 홀로 보내는 명절 당일은 이제 감흥조차 없고,
다음 달이면 몇 년째 못 보고 있는 누나 생일이 다가오고 있음 느꼈다.
이번 생일에는 갖고 싶은 걸 주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통화를 끝내고...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누나는 생일선물로 .MP3를 갖고 싶다고 했다.
.MP3.........................
멍-하니 빠진 생각 속에서 돌아다니는 것들.
누나가 사용할 수 있을까.
노래는 매번 어떻게 최신화시켜주지.
충전하는 방법은 알까.
귀 아플 텐데 괜찮을까.
누나가 정말 정말 정말 사용할 수 있을까.
심지어 통화 중에 특정 가수들을 언급하며 꼭 듣고 싶다고 말했고, 그 언급한 가수들은 대부분 한국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분들이었다.
나 또한 어릴 때 누나와 함께 한국 대중가요를 섭렵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노래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가 정말 진짜 진짜 사용할 수 있을까...
저번에 대화를 나눴던 .시계가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내 계획은 이렇다.
첫째. 일단 MP3와 이어폰을 산다.
둘째. 노래를 최대한 많이 넣는다. (대중가요부터 한류 열풍을 지나 Kpop열풍까지의 모든 노래들.)
셋째. 사용법을 적어서 10월 초에 보낸다.
첫 번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라떼에는 노래 듣는 기능에만 충실했거늘.
세상에 좋아지다보니, .MP3 하나에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되어있었다.
세상이 좋아진다고,
누나한테 다 좋은 건 아닌가 보다.
하루 만에 손님이 오는 세상.
최대한 심플하면서 오래가는 친구 하나를 골랐고,
두 번째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추억의 노래부터 요즘 아이돌 노래까지.
명절에 한국 가요 흐름을 분석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왜 웃냐?
충전이 완료 된 .MP3가 먼저 말을 건네 왔다.
"내가? 안 웃었는데?"
초면에 반말하길래, 나도 했다. 멋있다. 나.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구만 뭘.
선물한다고 들었는데.
기분 좋은가 보구만.
행복해 보이는구먼.
나도 모르게 추억에도 빠져보고 신나는 요즘 노래에 들썩거리다 보니 웃고 있었나 보다.
"행복? 넌? 행복하... 냐?!?!"
행복하지.
행복을 담아서.
행복을 전달하는 건데.
잘 넣어봐.
내가 기가 막히게
누나한테 불러줄게.
돈과 시간을 써서 선물을 보낸다 가 아니라
행복을 담아서
행복을 전달한다.
건방져 보이는 친구였지만 누나에게 가기 전까지
친절하게 행동해야겠다.
행복을 주려했는데
누나 덕에 행복을 받은 것만 같았다.
참 알다가도 모르는 행복의 정의와 범위.
p.s 남은 시간 동안 잘 부탁한다. 목 관리 잘해서
꼭꼭 꼭 오래오래 기가 막히게 불러줘... 어... 주세요.
'굽신-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