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기에
책상 위에 노트를 펼쳐 놓고 연필을 붙잡아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행복...........................
행복..........................................
행복...................................................
하염없이 써 내려간 두 글자에
꽉 붙잡고 있던 손가락만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다 노크 없이 잡생각들이 몰려오고,
깜빡이 없이 좌회전 우회전을 반복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길로 들어가게 되었다.
가끔 이럴 때 보면
머릿속에 신호등이나 교통정리를 해주시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하얀 종이는 어느새 무의식 속 작품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아날로그? Good bye-
나랑은 안 맞는 걸로...
거 참. 살살 좀 누릅시다?
아... 네... 근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연필?
종이?
컴퓨터 키보드나 가열차게 눌러댈 걸.
괜히 .연필이랑 종이 붙잡고 씨름만 하다
싸움만 붙인 격이 돼버렸다.
어릴 적, 필통 속 딸그락-소리의 주인공.
풍덩- 빠진 김에,
그에게 첫 인터뷰 대상이자, 첫 질문을 받는 영광을 주기로 했다.
라떼에는
많은 이들에게
눈부신 존재가치를 내비치며 사용가치의 위상마저
매우 높던 리즈 시절이 있었다.
감히 그에게 무례한 질문은 던진다고 한들,
그는 지금의 자신을 잘 알기에
그저 지난 화려한 시절을 추억할 뿐.
크게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질문을 던져본다면.
"당신은 행복한가요?"
허허- 나는 말이야.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던 그 탄식을 잊을 수가 없네.
쓰면 쓸수록 줄어드는 나를 보고
슬퍼하는 한숨도 적지 않게 들렸지.
아-
기억이란 원래 과장되거나 포장될 수도 있는 거니까.
탄식과 슬픔은 내가 잠시 과장해서 포장한 걸세.
하지만 이건 확실해.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야.
내가 남긴 흔적들은 명확하거든.
적어도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흔적을 남기잖아.
언제 한 번은 내가 감싸 안고 있던 흑심이 묻더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희생되는 것이냐고.'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지.
그랬더니 한 번 더 묻더군.
'우리는 왜 사라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냐고.'
나는 그 질문에 핵심을 캐치하고는 역으로 물어봤어.
'방금...'우리'라고 한 거야?'
사실 나는 흑심에게 마음이 있었어.
생각해봐. 평생을 함께 품고 있었는데.
마음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래서 나는 나보다 먼저 사라지는 흑심을 보고
항상 마음 아파할 수밖에 없었지.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린 언제나 함께라는 거야.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허허- 나는 말이야.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던 그 탄식을 잊을 수가...
"잠시만요!"
허허- 나는 말이야.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내가 흑심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했었나...?
"아... 네..."
더 이상 그에게 질문할 수 없었다.
항상 흔적을 남기며 살아왔지만,
정작 본인의 기억은 지키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나 보다.
.연필의 안타까운 운명을 이제는 받아들여야겠다.
사라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그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행복에 관한 질문은 다음에 다시 해야 될 것 같다.
.연필을 종이 위에 살포시- 눕히고,
나도 옆으로 몸을 뒹굴고 누워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p.s 흑심과 영원히 행복하시길.
「희생.
철 지난 어리석은 자기만족.
혹은
철이 들어버린 나의 가여운 운명.」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