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등받이와 의자

함께여서 행복해요.

by 진작


움츠렸던 몸을 크게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축 늘어진 등과 엉덩이를 기대어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너무 부셔서 잠시 감기로 했다.

과학발전이 이토록 훌륭했었던가.

눈을 감아도 밝았다.

노란빛이라고 하기엔 탁하고

갈색이라고 하기엔 밝은 정도의 색이

눈꺼풀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나 없으면 너도 별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너 없이도 충분했어.”



서성이는 색을 외면하고,

눈을 감고 소리에 귀에 집중하려 했다.

하나인 듯, 하나 아닌 것들의 말다툼이 들려왔다.

소란스러운 정도의 다툼은 아니었지만,

짜증 가득 섞인 말투는

둘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도저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무거운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옆으로 옮긴 뒤,

가볍게 눈을 맞췄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형태로 존재하며

개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준.


등받이 의자!


“저기요! 따로 불러요. 따로!”


“그래요! 기분 나쁘니까.”
으흠...! 네...

다시 소개해야 했다.

등받이와 의자!


평생을 함께 하자고 약속해놓고

평생을 싸우며 지내는 건, 우리나 그들이나 똑같나 보다.


위아래로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만 살피다가,

참을 수 없어서

아무나 대답하라는 식의 질문을 허공에 던졌다.



“당신들은 행복하신가요?”



서로 눈치만 보다

허공에 던진 질문이 민망해서 숨어들기 직전에

대답이 들려왔다.


행복... 했었지. 난 많은 사람들한테 힘이 되었거든.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붙이고 쉴 수 있는 모든 것에
내 이름을 붙였지.
뭐-그때 나는 독보적인 존재라고나 할까?
근데... 편해지다 보면 더 편한 걸 찾게 되나 봐.
어느 날부터인가 저 친구가 붙더니
독보적인 나의 이름이 이상하게 불리기 시작하는 거야.
등... 받이? 등받이가 뭐야 등받이가!
그날 이후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허참...! 누가 들으면 내가 당신 행복을 뺏은 줄 알겠어?!
나도 한때 잘 나갔어! 이거 왜 이래!
사람들이 나한테 기댈 때마다 얼마나 고마워했는데!
등을 기댈 수 있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지 알아?
근데... 위로받다 보면 더 위로받고 싶나 봐.
어느 날부터인가 저 친구가 붙더니
독보적인 나의 이름이 이상하게 불리기 시작하는 거야.
의... 자? 의자가 뭐야 의자가!
그날 이후 나는 행복하지 않았어!



둘은 따로 답을 했지만,

하나의 답을 들은 것만 같았다.


그들의 불만이 무엇이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보다 더 나은 것을 찾게 되는 요즘.

분명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져있다.

더 나은 것을 찾는 게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더 나은 것을 찾다가

지금의 소중함을 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무엇이든.

지금에 감사하고

지금의 행복을 느끼고

다음으로 넘어가도 충분하다.

생활의 편리함도.

마음의 편안함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우린 충분히 행복하다.



“근데 나쁘지 않은데요? 등받이 의자...”


조심스럽게 둘의 이름을 붙여 불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등받이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켰다.

나지막이 그들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힘이 되어줘서.”


‘피식-’

'피식-'



새침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비로소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한 번 더 질문하고 싶었지만

이미 대답은 충분히 들은 것 같았다.



지금의 행복에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길.


p.s 두 분 법정에 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탕-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