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계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그래 잘 가라

by 진작

뜨거워진 머리도 식힐 겸.

멈춰있던 손가락에 활기도 넣어 줄 겸.

놀고 있는 친구에게 같이 놀아도 되겠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성격 좋은 친구는 흔쾌히 거절 의사를 밝혔고,

그 덕에 식히고자 했던 머리와

활기를 넣고자 했던 모든 계획들이 사라졌다.

오늘 하루 아무런 성과 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나는 재활용도 안 되는 시간을 고스란히 허공에 날려버린 '시간 무단투기자' 될 것 만 같았다.


'꼬르륵-'


자책의 순간에서도 살고자 하는 생존본능에 충실한 배꼽시계 알람은 어김없이 울려댔다.

몇 시쯤 된 것일까.

.시계에 눈을 돌렸을 때 초침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서랍 구석에 있던 건전지를 꺼내 재빨리 갈아 끼우고, '째깍째깍' 발소리 내며 돌아가는 초침을 봤다.



"안돼!!! 안돼!!!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다 급하게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정신없어 보였고,

절실해 보였다.

그런 그에게 질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질문을 던져봤다.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행복?
그게 중요하니?
하루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가는데
그걸 느낄 시간이 있을 리가 없잖아.
생각해보면 참 웃겨.
사람들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투덜거려.
근데 억울하게도 나를 보고 말해.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달력이란 친구도 나랑 똑같은 한탄을 하더라고.
시간이란 건 나한테도 흐르는 건데말이야.
달력이나 내가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억울해.




뭔가 찔렸다.

나도 그랬던 것 같아서.

.시계를 보고 흘러간 시간에 흠칫-놀란적이 많았다.



"그럼 행복... 하신 게 아닌... 건가요?"



나도 몰라.
할 게 너무 많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해.
그런 걸 느끼거나 고민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생각해보면 참 웃겨.
언제나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본인들이면서
뒤돌아서 시간을 탓해.
그리고 좀 흘려보내면 어때?
어차피 시간은 흘러.
봐! 지금도 흐르잖아.
주워 담지 못한 건 그대로 보내줘야지 어쩌겠어.
순응할 줄도 알아야지.
생각해보니까 참 웃기네.
아 몰라. 바쁘니까 말 걸지 마!



"생각할 시간이 많으셨나 봐요?"




그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생각으로 보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숨 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건 시간인 듯하다.

언제나 평등하길 외치면서

정작 평등한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보니,

나는 꾀나 심각한 생각쟁이인 것 같았다.


붙잡지도 못할 시간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맘껏 누려보려 한다.

설령 누리지 못한 시간이 등 뒤로 떠나가면

양손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해줘야겠다.



p.s 힘들면 말해요. 건전지 빼드릴게요.


'쉬엄쉬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