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발을 질질-끌며 부엌으로 갔다.
'슥-슥-'
발바닥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오늘의 컨디션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힘겹게 집어 든 냄비에 고소한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는 미리 불려둔 미역을 넣고 휘휘- 볶아댔다.
다음 순서는 소고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취생의 미역국에는 심심치 않게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생일이면 언제나 챙겨 먹었던 미역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의 간소화와 냄비 크기의 축소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생일이 별건가.
항상 뜻깊게 보내고 싶었지만
언제나 만족스러운 생일날은 지난 추억 속에 잠겨있다.
나름의 고소함을 풍기며 밥상에 앉아 멍하니 미역국을 바라보다 이내 숟가락을 들고
'풍덩-'
그리고 '호로록-'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너 자신.
생일 축하합니다- ♬
특별할 게 없는 생일에 익숙해져 버린
나 자신이 슬퍼 보이는 순간,
무심코 들려온 생일 축하 노래는
생각보다 아주 많이 매우 반가웠다.
호로록- 매일같이 입을 맞췄던 그의 축하.
'숟가락'
노래가 끝나고 감사의 박수를 보낸 뒤,
고집스러운 직업병처럼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신은 행복하시죠?"
마치 원하는 답을 듣고 싶은 것처럼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너를 만나.
가끔 어긋난 시간에도 너를 만나지.
그렇게 나는 너를 만나.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할 뿐.
행복한 편인 것 같네.
"편...? 행복한... 편? "
정해진 답이 있는 질문에
애써 맞춰 대답해준 느낌이었다.
만나는 것도.
행복한 것도.
익숙해지다 보면
나중에는 또렷하던 것들마저
흐려지는 순간들이 찾아와.
하지만 항상 다짐하곤 해.
소중했던 것들 위에
방치해둔 마음 탓에
쌓여버린 먼지가 뒤덮을 때,
숨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
후-하고 내뱉어야지.
흩날리는 먼지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그랬듯 웃고 있을 테니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소중한 건.
다시 한번 생각해도 행복한 편인 것 같네.
매년 언제나 다가오는 생일은
365일 중 단 '하루'이다.
1년 중 하루의 특별함이 매년 찾아온다는 익숙함에 속아
그저 그런 날로 보낸 듯한 생각에
흘러간 몇 분 마저 아까웠다.
남은 시간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소중한 생일을 보내야겠다 다짐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굳은 다짐.
그리고 쌓여가는 먼지에 대한 도전장.
'스읍- 후------!'
p.s 내일 아침에 또 봐요. 그때도 입 맞출게요.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