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 원식

비운의 무명배우

by 진작

명절.

친구의 결혼.

엄니의 생신.


1년에 몇 번 안 되는 고향 가는 날.

몇 번 안 가는 날이지만,

갈 때마다 날이 흐리다.

그때마다 고향은 '나를 반기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고,

고향 친구들은 내가 '비구름을 몰고 다닌다'라고 했다.


비운(비구름)이 가득한 무명배우.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몰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고향에서 비운을 생성하는 것 아닌가.

서울에서는 날만 좋더라 뭐.


아. 고향 날씨에게 서운 한 건 아니다.

난 쿨한 무명 배우니까.


그렇다고 항상 비구름만 가득한 건 아니다.

가 뜰 때면 올라가는 일정을 고민해본다.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전,

예상 날씨를 먼저 알아봤다.


원래 올라가려 했던 날에 비가 온단다.

그럼 그렇지 뭐.

그래서 그다음 날,

안 오는 날에 올라가기로 했다.


구름통제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도 아니고

천둥번개통제할 수 있는 영화 속 인물도 아니고

그저 그런 날씨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만 통제하면 되는 현실 속 무명배우일 뿐.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루 더 있다 가지 뭐.

나는 쿨한 무명 배우니까.


오늘은 가 떴으니.

비운의 무명배우가 아닌

행운의 무명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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