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잘 찌고 잘 빠지는 몸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먹는 편이다.
워낙 잘 먹는 분들이 많은 세상이기에
어디 가서 잘 먹는다고 명함 내밀기도 부끄럽지만,
지인들은 항상 나와 식사할 때면 놀라곤 한다.
그렇게 먹는데 살이 안 찌는 거 보면 신기하단다.
그렇게 먹고 살이 안 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 노력의 과정과 몸의 체질까지 말해준다.
모름지기 무명배우란,
언제 어떤 배역이 들어오더라도
즉각 변화할 수 있는 평균의 몸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어디까지나 무명배우 원식의 마인드 일뿐.)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유독 더웠던 올여름 탓인지 살이 제법 빠졌나 보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살이 왜 그리 많이 빠졌냐며 놀랐다.
마음고생은 뒤로 숨기고,
그저 올여름이 유독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렸다 느니
운동을 많이 했다 느니
살이 빠진 보편적인 이유들을 늘어놨다.
근황 토크가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면
길지 않은 시간 내로 식사는 끝이 나고,
마지막까지 바쁘게 입을 놀리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여전하네. 잘 먹는 건. "
칭찬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먹으며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마무리했다.
일정 부분 인정한다.
나는 잘 받아들이는 무명배우이니까.
잘 먹는다는 것도.
독하다는 것도.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말을 고향집 와서 끊임없이 듣는다.
언제나 오랜만에 보게 되는 엄니에게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살이 왜 그리 쪘냐. 관리해라."
"근육이 하나도 없네."
"입이 뭐 그리 짧냐"
"더 먹어라."
"배 안 고프냐?"
나는
나름 평균 몸매에
나름 적당한 근육에
나름 잘 먹는 먹성에
나름 항상 배 고픈 무명배우인데.
나름이 항상 문제인가 보다.
이보다 더 평균적이었어야 했고
이보다 더 잘 먹었어야 했나 보다.
무명배우의 발목을 잡고 있던 건,
나름이라는 쓸데없는 나르시시즘이었나 보다.
무명배우의 변덕쟁이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