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온 노력이다.
얼굴이 소름 돋게 잘생긴 편도 아니고,
비율이 난리 나게 좋은 편도 아니다.
얼굴이 소름 돋는 배우가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며
비율이 난리 나는 배우가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바라는 건,
얇아지는 것.
남자들도 스키니진을 입는 유행이 아주 잠깐 흘렀던 적이 있었다.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그리 길지 않았던 유행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왜 유행을 탔는지 모르겠지만,
그 유행에 흉내조차 못 낸 나였다.
바로 유일한 컴플랙스.
지긋지긋한 굵은 허벅지이었다.
아! 물론,
무명배우인 나는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을뿐더러
굳이 따라 할 생각도 없고, 따라갈 생각은 더더욱 없다.
지금이야,
튼실한 다리가 건강해 보인다는 명분 아래
컴플랙스가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일명 '컴플랙스의 반란의 시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굵은 허벅지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불만이었다.
바지를 살 때도 항상 허리에 맞추지 못했고,
앉아있을 때마다 더 굵어 보이는 허벅지는 너무나도 창피했다.
연기학원을 처음 다녔을 무렵.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 위해
연기 이외에 특기를 하나 더 갖게 되었다.
친구들은 무엇을 할지 고민에 시간을 갖는 동안,
파릇파릇한 아기 배우인 나의 특기는 빠른 시간 내로 정해졌다.
바로-
한국무용.
늘 허벅지가 보기에는 싫었지만
무용을 배우면서 처음 느꼈다.
'도움이 되는구나...'
스트레칭을 하고
매일 주물러 주면 얇아진다기에
잠들기 전까지 나의 일과는 허벅지와의 사투였다.
놀랍게도
나는 지금도 사투 중이다.
무명배우인 나의 특기는 '꾸준함'이다.
평지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가려면
산을 올라타야 했다.
일명 '산스장'(산에 있는 헬스기구들)까지 가기 위한 산행은
날이 갈수록 익숙해졌고,
여름이 지나
훌쩍-
가을이 다가온 요즘,
반바지를 넣어두고 긴바지를 꺼내 입었다.
'꾸준함'을 특기 삼아 미세하지만 조금씩 얇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노력했는데...
저번 봄에 느끼지 못했던 타이트함...
꾸준하게 산을 탄 결과인가.
무명배우의 꾸준함이 독이 된 것일까.
(해독제 하나만 주세요.)
무명배우인 나의 숨은 특기가 하나 있다.
바로 '인정' 하기.
남들은 고집쟁이라고 말하지만,
한번 인정하게 되면 관대 해지는 편이다.
이제 인정하려 한다.
'순응' 이라고도 하더라.
'건강하고 좋지 뭐.'
'요즘 바지들은 통 큰 거 많아서 괜찮아.'
순응하고 나니 편하다.
진작 할걸.
이제 나는
컴플랙스가 없는 '무명배우 원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