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세싸페인브

by 진작
*환승
: 다른 노선이나 교통수단으로 갈아탐.


오후 4시가 넘어가면,

해가 잘 드는 창문으로 황금빛이 들어온다.

유리창 색은 같은데,

한쪽에선 '황금'. 한쪽에선 '사파이어'를 보여준다.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두 개의 문을 열면 황금사파이어가 쏟아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잠깐이지만 행복한 상상이었다.


비교적 자주 보는 광경인데 볼 때마다

잠시 멍-때리게 만든다.


한옥은 아니지만

알 수 없는 고즈넉한 느낌에 떠날 수도 있는 집에

아쉬움만 쌓여가는 것 같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느끼고 있는 감정만큼은 공유할 수 없더라도

사진에 담아 그 순간의 멍-때림을 공유해보고자 했다.


(느낄 수 없겠지만, 굉장히 포근한 햇살입니다.)


느낌을 강요하는 것 같지만,

이건 '강요'가 아니라

가스 라이티...ㅇ 아니... 그냥 '공유'라고만 말해야지.




짧은 멍-한 시간들이 지나고

글을 쓰고 싶은 강한 충동에

브런치를 켜고 몇 글자 두드리고 있었다.

나의 생각들을 올리는 공간.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공간들은 항상 나에게 존재해왔다.

'환승'하듯 옮겨졌을 뿐.

목적지는 없지만 꾸준히 달리고 있었다.




*세이클럽
: 인터넷과 첫 부비부비 한 클럽. 이젠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

잊고 싶은 것은 아니나,

이제 정말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세이클럽.

살면서 클럽이란 곳을 손가락에 꼽힐 만큼 몇 번 안 다녀봤지만,

같은 단어에서 세이클럽클럽이라면

나는 '클럽 마니아'이었을 것이다.





*싸이월드
: 공간의 시작. 도토리는 먹는 것이 아니었음. 가상화폐의 첫 만남.

어렵게만 생각하던 홈페이지라는 개념을

미니 홈피 하나로 쉽게 접근하게 만들어 준 곳이었다.

최근 다시 부활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손길이 쉽게 가지 않았다.

마치 옛사랑에게 연락하지 못하는.

어차피 옛사랑도 날 지웠을 테니.

나의 수많은 추억의 사진들을 백업하지 못한 나의 잘못으로 정리해야지.






*페이스북
: 어쩌면 시대의 발전을 보여주는 결과물 중 하나.

사진보다 을 본격적으로 올리면서

나만의 글 스타일을 정립하기 시작했던 공간.

지난 세이클럽과 싸이월드를

미련 없이 잊게 만들어 준 곳이었다.

어느 순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에

미련 없이 지워버렸었던 기억이 있다.

페이스북은 아직도 자신이 차인 이유를 모를 것이다.

나도 모르니까.





*인스타그램
: 제거 완료.

어플을 지울 때 보면,

'제거' 버튼이 있다.

뭔가... 좀... 잔인... 하다...

그냥 삭제, 지움 등등 다른 것들이 있을 텐데,

마치 인스타그램을 지우는 데 있어 엄청 난 감정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 같았다.

약간의 환멸과 습관적인 터치억제해보고자,

과감하게 제거 버튼을 누른 지 몇 달이 되어 간다.

인스타그램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인스타그램을 좋아한다.

싫어서 지운 게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브런치
: 이번 역은 '브런치' 역입니다.

세이클럽부터 브런치까지.

몇 차례의 환승을 거쳐 지금 잠시 멈춘 곳은 이곳이었다.

종착역은 아니겠지만,

애착이 조금씩 생기는 공간이다.

고착되어버릴 것만 같았던 생각들에서 해방되어 가는 중에

많은 분들의 글들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책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글은 즐겨 읽는 편인가 보다.

무슨 차이겠냐 생각할 수도 있다.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글에 근육을 붙이고,

그 무엇보다 단단하고 강한 글이 쓰고 싶었나 보다.

멍- 하니 황금사파이어를 보다 관계성 없는 성찰을 했다.

하물며 우리 인간도 근육지방조화를 이뤄야 하거늘.

글이라고 굳이 근육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지방도 좀 섞이고 그래야지.

맞아!

이제야 좀 인간답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4시쯤 떨어진 햇빛에 감사하며.
그래도 황금과 사파이어는 쏟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