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1.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 2.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 3.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재밌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찾아오는 무료함은
한 순간에 삶의 재미를 빼앗아 간다.
약탈자 같으니-퉤! (아 미안)
학창 시절 우리 반에는 유행어가 하나 있었다.
'인생 뭐 있나.'
그 말 한마디면,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것들에
엄청난 용기가 생기고는
깔깔깔-웃으며 행동에 옮기곤 했다.
꼭 좋은 방향성으로만 쓰는 유행어는 아니었다.
지금은 추억이라 포장할 수 있지만,
그 당시 패기롭게 야간 자율학습(야자)을 안 하고
도망갈 수 있는 좋은 부스터 샷과 같았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야간 자율학습을 싫어했던...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포장지로 포장해보련다.
어느 날은
밤공기에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저녁 방송을 끝내고 교실로 돌아가 친구들과
가볍지만 강렬한 눈빛 교환을 했었다.
(고등학교 때 방송반 국장 출신입니다.)
보통 야간 자율학습을 도망갈 때는 2가지 방법이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도망가기.
시작하고 나서 도망가기.
어차피 도망가는 것 같지만, 저 둘의 방법에는
엄청난 심리전과 판단력. 그리고 타이밍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갑자기
도망보다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고 표현하고 싶어졌다.
아무튼-
그날은 시작하고 나서 도망가기를
아니...
시작하고 나서 자유를 찾아 떠나기를 결심했다.
종이 울리고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고,
붙잡은 책상을 뒤로한 채, 순간의 판단력으로
친구들과 운동장을 가로질러 잽싸게 교문을 나섰다.
그 순간.
영화 같았다.
교문을 통과하려는 그 순간,
뒤에서 자동차 불빛이 일직선으로
우리를 비추는 것이 아닌가.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차 안에 운전자석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suv는 마치 탱크와도 같았고,
우린 교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있는 기분이었다.
움직이지 못한 몸 쪽으로 차는 서서히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았다.
(♬- 왜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하필 '담임선생님.'
"어디가? 야자 할 시간 아니야?"
굳이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했다.
"농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생각해보니 슬램덩크 명장면 중 하나다.)
"그래서?"
"그래서... 농구하러 가려고 했었......"
참고로 그때 담임선생님은 윤리 선생님이었다.
그만큼 윤리와 도덕성을 중요시 여기시며
언제나 차분하셨지만 숨은 카리스마에 저절로
양손을 모으게 만드셨던 분이셨다.
'인생 뭐 있나.'
라고 속으로 수백 번 외쳤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망했다아아아아아아아-'
잠깐의 정적 동안 들리는 건
심장소리와 자동차 엔진 소리뿐.
그리고 이어지는 담임선생님 말씀.
"그래? 가라. 기왕 가기로 한 거 가서 재밌게 하고 오너라.
대신... 다음부터 그러지 말고."
"네?... "
그리고는 더 이상 별말 씀 없이 교문을 통과하셨다.
얼떨떨했지만,
우선 그 교문 앞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언제 걸렸냐는 듯,
친구들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농구장까지 신나게 걸어가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땀을 흘리며 신나게 농구를 했다.
다음날.
선생님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셨다.
가끔 그 시절 친구들과 추억 이야기를 할 때면
한 번씩 흘러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하나의 유행어가 가져다준 몇 가지 용기들은
그 시절 겁 없는 자신감을 심어줬고,
나이를 먹으면서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며,
저 말을 외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만큼의 패기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서,
언제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편이다.
그리고 진심을 다 하려 노력한다.
그러했던 삶의 기둥이
하나둘씩 세상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날에는
한 번씩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너무 원초적인 것은 아닌 것인지.
혹은
내가 너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닌지.
이러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에
나는 완전한 인생 낭만주의자는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어디서 잘 주워들은 명언을 잘 기억하는 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는.
문제를 인지하는 데 있다' 고 했다.
나는 인지 했다.
그럼 이제 해결하면 된다.
글의 마무리에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인생 뭐 있나."
물 위에 떠다는 자유롭고 단단한 돌멩이처럼 살아가길.
낭만적이진 못해도 낭비스런 인생은 살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