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1. 아주 짧은 동안.
:2.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또는 두 사건이나 행동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바로 그때.
지나고 나면 다 '순간'이었다.
머무르지 않는 게 시간이라기에,
떠나는 건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어제들뿐.
떠날 준비를 하는 수많은 오늘들은 새로운 내일을 위해 양보해준다.
그럼 나는 그저 순간이었던 어제를 담고 오늘에게 말한다.
돌아올 수 없겠지만,
돌이켜봤을 때 웃을 수 있는 오늘이었으면 좋겠다고.
좋아하는 '시간'이 생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좋아하는 '시간대'가 생긴 것이다.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사이가 되면 황금빛 햇살이 창을 강하게 뚫고 내려온다. 옛날 나무 창에 빗살무늬 반투명 유리창이 제법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의자를 뒤로 돌려 멍하니 바라본다.
무료한 시간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적막함은 나에게 따뜻한 환기를 시켜준다.
어둑어둑해지기 전, 30분가량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혼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햇살이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둠이 빠른 속도로 밀려온다.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계절은 어둠을 조금 더 좋아하나 보다.
하루 24시간 중 좋아하는 시간대가 30분 정도 라니.
그마저도 있다는 것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순간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사진으로나마 담아보려 했지만,
최신폰이 아닌 나의 핸드폰이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물며 그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다 한들 직접 보고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담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카메라를 샀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 끝에 카메라를 사버렸다?
느낌상 '샀다'보다는 '사버렸다'가 하루의 임팩트를 더 많이 심어주는 것 같으니,
고민 끝에 카메라를 사. 버. 렸. 다.
나의 직업과 상용할 수 있는 최적에 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고민 끝에 사게 된 카메라의 만족도는 높았다. 단언컨대, 63 빌딩보다 높았다. (진짜로-)
카메라로 무엇을 찍을지. 무엇을 할지. 이 친구와 함께 할 내일이 너무 행복했다.
행복 뭐 별건가 싶더라,
좋아하는 시간대와 카메라가 있으니, 당분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말하다 보니 이상하다.
카메라 자랑을 하기 위해 서두가 길었던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말해보고자 했던 '순간' 이란 것은 국어사전에서 딱 잘라 정의할 수 있을 만큼의 쉬운 단어는 아니었다.
짧은 두 글자가 주는 긴 의미를 어찌 펄럭거리는 국어사전에 단 몇 줄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
애써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길게 말하는 재주가 있으니, 길게 말해보고 있었다.
무엇이든 정의 내리고 싶진 않지만,
순간이란 참 그렇다.
찰나라는 말도 있지만, 순간이라는 말은 찰나보다 조금은 덜 낭만적이거나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낭만과 현실 가운데 서있는 꿈 많은 청년은 찰나보다 순간에 기울어져 가고 있나 보다.
다시 한번 중립을 시켜보고자 오늘에게 말할 것이다.
'즐거운 오늘아-
더 즐거울 내일에게 전해주렴. 자고 일어나서 눈 뜨면 내일이 아니라, 지내다 보니 더 즐겁길래, 그때 비로소 내일이 왔다 생각하고 인사할 거라고.'
서서히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로 온 순간부터는 온전히 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시불'의 매력. 아니, 마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