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우리는 하루에 3번의 식사를 한다고 한다.
언제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보편적인 하루 식사 횟수는 3번이다.
물론 요즘 하루 3끼를 다 챙겨 먹는 사람이 대다수는 아닐 터,
하루에 많아야 2끼?
끼니의 횟수는 줄었지만
끼니의 양은 똑같을 것 같다.
보편적 끼니의 횟수가 맞아떨어지는 곳.
고향.
하루 1~2끼를 먹던 나의 위에게 초과 노동의 시간을 부여하는 곳.
고향.
쉴 틈 없이 먹는 곳.
고향.
나는 며칠 동안 삼시 세 끼를 먹은 것일까.
나는 며칠 동안 몇 킬로가 찐 것일까.
나는 며칠 동안의 근무 수당을 위에게 주어야 한 것인가.
누나를 볼 수 없는 명절이 많아지고 있다.
(진짜 너무 싫다-코.로. 나)
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부터는 명절을 피해
예매하기 힘든 상황이 오기 전,
미리 고향을 다녀오곤 했다.
이번 설에도 앞당겨 다녀왔다.
손쉽고 저렴하게 탑승한 비행기에 앉아
내려다 보이는 지구를 봤다.
누가 보면 로켓 타고 고향 가는 줄 알겠지만,
어쨌든 고개만 내려도 보이는 게 지구 아닌가.
네모 반듯한 건물들을 바라보다,
둥글둥글 구름 위로 올라가다 보면
고향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를 떠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일도 없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종착지가 정해져 있으며, 나는 다른 행성을 갈 만큼의 금액을 지불하지 못했기 때문에.
1시간가량 구름과 바다, 그리고 건물들을 내려다보면,
어느새 도착해있다.
생각보다 계획적인 소비로 1월 카드값을 많이 킵(?)해놨다.
엄니에게 드릴 선물이며,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다.
('엄마'라고 부르지만, 문자화 할 때는 '엄니'라고 적는 게 편하다. 이유는 모르겠음)
엄니와 반갑게 인사하고는 작은 원룸에 오손도손 앉아
핸드폰으로 필요한 영양제며 무거운 생필품들 그리고 화장품까지 시원하게 주문해드렸다.
주문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들은 다 그렇다고 치지만 도대체 나도 처음 보는 화장품은 어떻게 알고 말씀하신 것일까.
주문을 끝내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저녁 드라마 시간이 찾아왔다.
이 시간만큼은 엄니의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평소 잘 보지도 않는 저녁 드라마를 보게 된다.
한참 보고 있을 때였나.
느닷없는 장면에 빵-터지고 말았다.
외출을 하는 등장인물에게 갑자기 스틱으로 된 화장품을 발라주는 장면.
누가 봐도 PPL.
그리고 방금 전 주문할 때 봤던 그 화장품.
저거다.
범인은 바로 '드라마'다.
찾았다 요녀석-!!!!!!
PPL이 효과가 있긴 있구나 싶었다.
이래서 맥락과 상관없이 광고 상품이 노출되는 경우가 있구나.
그래도 뭐,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해드렸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앞뒤 내용 모르는 드라마를 며칠 동안 봤다.
고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항상 얻어먹는 게 미안해서 큰맘 먹고 한턱 쏘기 위해 다짐했다.
가끔 가던 바다가 보이는 횟집을 가겠거니 했다.
어?
한우 먹자고?
그래 좋다. 내가 쏜다.
계산을 위해 당당하게 내민 나의 카드는 저 멀리 튕겨져 나갔고,
나의 친구는 아직 얻어먹을 때가 아니라며
덤덤하게 본인들이 계산하고 말았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끊임없이 나의 카드는 내동댕이 쳐졌고,
고기,회,빵,자장면,칠리새우,육회 등등
쉴 틈 없이 하루 3끼를 집밥과 번갈아 가며 먹었다.
(그만 먹어라.........)
위가 힘들다고 했지만,
나는 계속 먹었다.
서울 가면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거기에,
잠시 고향에서는 이기적이지만 무리해서 욱여넣을 수밖에 없었다.
선물을 잔뜩 주고 싶었는데,
여전히 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선물을 받고 온다.
엄니에게는 따듯한 집밥과 소중한 시간들.
친구들에게는 푸짐한 음식과 소중한 시간들.
받은 선물만큼 꼭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농담으로 머쓱하게나마 성공했을 경우의 수에
내가 할 수 있는 보답들을 내뱉어 봤다.
친구들은 말한다.
그딴 거 말고 시간이나 내서 해외여행이나 같이 가보자고.
단 한 번도 대한민국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에게 해외여행이란.
아직도 현실성 없어 보이는 꿈같은 일이다.
꿈같은 일에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다 위를 쳐다봤다.
여기서 더 멀리 가면 그건 여행일까,
내가 남이라면,
선물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가끔은
내가 남이었으면 한다.
맘 편히 선물하고 싶어서.
고향에서는 24시간 배불렀는데...
서울 오자마자 24시간 배고파짐.
그동안 고생한 위에게 휴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