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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석 Jul 22. 2021

나이스주의자의 함정

완벽주의의 함정

단언컨데 나는 완벽주의자다. 그래서 나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세상을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 같다. 늘 나이스하고, 멋지고, 완벽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 인간에게 완벽이란 늘 관념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신이 아닌 인간인 나는 항상, 늘 나이스하고 완벽한 이상향의 나와 그렇지 못한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로 늘 괴로웠다.


아니, 잠시 멈춰서 앞서 언급한 용어를 정정해야겠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고 '나이스주의자'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완벽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스해지고 싶다. 그 나이스의 기준이 늘 내 능력치를 초과한다는 것이 문제지...


'나이스주의'의 문제는 내 삶 도처에 널려 있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늘 괴롭다. 스스로 문장구조를 고민하고 그 사이의 인과관계가 논리적인지를 따져본다. 거기다가 글을 다 쓰고나면 문장의 구성요소들이 심미적으로 잘 어울어지는지를 고민한다. 30분전에 다 쓴 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2번째 문단의 3번째 문장이 2번째 문단의 4번째 문장과 잘 어울어지는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뉘앙스의 차이를 고려해 조사등을 세심하게 점검한다.


그렇게 한편의 글을 쓰는데 수시간이 걸린다. 온 신경을 다 쏟아, 내 정신적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고 글을 쓰고 나면 나는 탈진한다. 정신적으로 고갈돼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벌써, 10여편의 글이 이곳에도 만들어졌다.


문제는 첫 번째, 내가 내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나면 난 약간의 모멸감과 혐오감에 사로잡힌다. 과거의 글을 들춰보며 "왜 이렇게 글이 맛이 안나지. 왜 이렇게 글을 못썼지"라며 자기자신을 평가하고 꾸짖는다. 그러한 과정 뒤에 남는 것은 씁쓸한 뒷맛과 함께 찾아오는 무언의 자기혐오감이다.


두 번째는 (나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글을 쓰는데도, 쓴 글을 감상하는데도 스스로 너무나도 많은 정신적인 소모를 하다보니 점점 글을 쓰는 행위를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것이 나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한편의 글을 쓴다는 행위가 과도하게 진중하고, 진지하고, 무거운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할텐데, 나는 역설적이게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글로부터 도망가게 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은 나에게 상당히 친숙한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이런 현상을 겪었다. 그리고 떠올려보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지금 글을 대하듯 조금씩 거리를 두고 멀어지는 선택을 하는 대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딪히면서 (그로인한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맞으며..? 어쩌면 생각의 전환으로 마음을 오히려 가볍게 먹으며..?) 그 시련을 이겨내고자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그것들이 지금 내 관심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신,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으려나..?



이제부터는 글을 조금 더 가볍게 대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내가 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자칫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그로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또 그때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금의 문제를 바라보자.


[이 글을 쓰는데는 15분정도 걸린 것 같다. 우선 첫 시도로 나쁘지 않은 출발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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