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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디락스 May 17. 2021

아이들이 씹다 뱉은 소고기를 내입에 넣는다



통통한 갈치 네 조각이었다. 큰 갈치에서 가장 살이 많은 몸통 부분으로 네 조각을 맛있게 구워서 내어주셨다. 지금의 시부모님께 처음 인사드리러 가던 날 어머님은 갈치를 구워주셨다. 짭짤하고 겉이 바삭바삭한 갈치가 참 맛있었다.


 어머님은 오늘도 새벽이면 부두로 나간다. 부두로 나가서 가장 크고 싱싱한 제주갈치를 사 온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가장 통통하고 살이 많은 부분을 네 조각씩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주신다. 애들만 주지 말고 너도 먹으라며 꼭 네 조각씩 포장을 해서 주신다.

어머님네 집 냉동실 가장 아랫칸에 놓인 락앤락 밀폐용기에는 갈치 머리와 꼬리만 가득하다. 짭짤한 갈치 살을 발라서 따뜻한 흰밥 위에  한 조각씩 올려 아이들 입에 넣어준다. 밥을 두 그릇씩 먹고 아이들이 딴청을 피우기 시작하면 남은 갈치를 내가 먹는다. 그리고 어머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어줍지 않은 위로의 말보다 밥을 한 끼 사준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하늘에 붕 떠있는 말보다 스스로에게 단정한 밥 한 끼를 차려준다.

포슬포슬한 감자와 애호박을 깍둑썰기 한다. 좋아하는 버섯은 듬뿍 넣고 당근은 뺀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없는 안심 부분이 좋다. 버터를 넣고 고기와 야채를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인다. '아주 매운맛' 카레를 넣고 끓인다. 우리 집에서 나만 좋아하는 음식을 나를 위해 만든다. 넓은 그릇에 밥을 펴놓고 카레를 반만 올리고 김치도 덜어서 먹는다.

아무리 이쁘게 차려 먹으려 해도 아이들 먹다 남은 반찬이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동반사다. 아이들이 씹고 뱉은 한우를 내 입에 넣는다. 어머님은 머리와 꼬리만 먹을 갈치를 사고, 나는 아이들이 씹고 뱉을 소고기를 사러 간다. 갈치를 다듬고 가장 큰 마음을 네 조각씩 포장해서 손자에게 보내는 어머님은 웃고 계셨을 거라는 사실을 이제야 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소고기 두팩을 사야겠다. 나와 남편을 위해서도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줘야겠다.

YOU ARE WHAT YOU 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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