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명하지 않은 데다가, 돈을 많이 벌지도 않는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나는 대단히 용감한 사람도 아니고, 가끔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딱 나의 비겁함과 내가 저지른 실수만큼만 손해를 보면 그만이다.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많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위법이며 지금도 그는 스스로를 지키기에만 급급하지, 결코 대한민국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집회 현장에서 무대에 오른 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절대 없다. 괜히 나섰다가 욕을 디지게 먹는 일은 ‘대단히 용감하지 않은 나’가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유명하지 않은 게 좋다. 유명하면 이럴 때 나서도 욕먹고 안 나서도 욕먹는다. 아무도 나에게 ‘당신도 나서서 한마디 하라’고 부추기지 않고 조언을 구하지도 않는다.
고성이 오고 가는 현장에 참여하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등을 돌리고 숲길을 걷는다. 난 유명인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고 권력도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늘은 트럼프와 젤란스키가 대판 싸운 날이다. SNL인 줄 알았다. (Saturday night live!) 포켓몬 카드 두고 싸우는 줄 알았다. 이런 날도 숲길은 평화롭고 바람은 좋다. 난 이런 내 생활이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이렇게 조용히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적당히 사는 삶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평화가 필요하다. 군인이 무력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결코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평화를 원한다. 눈앞의 이익이나 승패가 아닌 화합과 상생을 염원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래야 나 같은 겁쟁이의 삶이 유지된다. 그래야 나무 뒤에 숨어 살아갈 수 있다.
수선화 꽃봉오리가 하나씩 피어나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