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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 Mar 15. 2024

지금 내 인생의 한 컷은 너야

우연히 너를 만나버렸다

밥을 다 먹고 나오는 길에 눈앞에 인생 네 컷 부스가 보였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이 너무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남자에게 "한국의 데이트를 보여줄게!"라면 데리고 인생 네 컷 부스에 들어갔다.


이 남자에게 친구들이랑 인생 네 컷을 찍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한국에서 정말 많이 봤는데 찍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아니 한국에 왔는데 인생 네 컷을 찍지 않았다니, 한국에 대한 조사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남정네들이다.

그래도 뭐, 그의 어색한 처음을 함께 한다는 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이런 부스를 보면 내가 떠오르겠지..!

아마 나는 이 부스를 보면 계속 이 남자를 떠오를 것 같다.

지금도 이상한 안경을 고르고 웃고 있던 네가 떠오르니까.


어색해하는 그를 데리고 들어가서 안경도 골라보고 머리띠도 골랐다.

내심 안경과 머리띠를 쓰고 싶지 않아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그냥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자꾸 나에게 웃긴 것들을 건넸다.

나에게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는 건지,  둘이 이상한 안경들을 써보며 웃다가

결국 귀여운 토끼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같이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는데 정말 어색함이 가득했다.

나는 좁은 공간에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어색했고,

그는 그냥 인생 네 컷 부스가 어색한 것 같았다.

나도 뚝딱 거리고 그도 뚝딱 거렸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어색함에 더 난리가 났다.

둘 다 사진을 찍는 순간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첫 두 컷이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포즈를 어떻게 하지..! 둘이서 어떡해 어떡해 붕방붕방.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나에게 초크를 거는 모양을 취했고 나는 또 그걸 받아주고 있었다.

손 하트를 먼저 시도해 놓고 받아주니 장난을 치는 그가 너무 귀여웠고, 재밌었다.

서로 계속 장난을 치다 보니 쿵짝이 잘 맞아서 나름 귀여운 사진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둘이서 셀카라도 더 찍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지금 보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데 왜 인생 네 컷만 찍은 거야? 알 수가 없네 나 자신.


사진이 나오고 그에게 QR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과 영상을 새로 다운받는 모습이 그에게는 신선했던지 우리의 영상을 계속 보고 또 봤다.


물론 나는 지금까지도 그가 보고 싶은 날에는 슬쩍 꺼내본다

사진 속에 어색하면서 다정한 우리가 너무 좋아서

자꾸자꾸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과거를 자꾸 추억하는 편은 아닌데, 그와의 기억은 이상하게 자꾸 꺼내보게 된다.

자꾸자꾸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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