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년 동안 쓰는 일기

5년 다이어리를 샀다

by 햇님이반짝


1월 하고도 열흘이 다 되어가는데 뒤늦게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작년 교보에 들러 큰딸이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같이 살까 싶어 찾아봤지만 나와 1년 동안 함께 울고 웃어줄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올해는 안 사고 스프링 노트에 줄만 그어 쓸 생각이었다.

다이어리에 미련이 남았는지 속내를 읽은 알고리즘은 보란 듯이 얘는 어때라며 소개해주었다. 5년 치를 한 권에 기록할 수 있는 다이어리다. 이거다. 매년 쓰다 말다를 반복하여 빈칸이 많았다. 1년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려니 그것도 일이었다.



매년 같은 날 기록이 한눈에 보일 예정이다. 요일과 날씨를 체크하고 줄 칸에 간단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현재 하고 있는 금주와 운동인증도 남겨야겠다. 3년, 5년 뒤에도 과연 하고 있을까?

1년짜리 다이어리를 쓸 때는 몇 년 뒤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만 보였다. 물론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5년 다이어리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지금 자세를 바로 잡아야 3년 뒤 5년 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월 며칠 내가 무슨 일을 한지 찾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난주, 어제 한일도 가물하다. 아이는 다르다. 나의 과거를, 계절마다 무엇을 했는지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

새벽 기상했을 때는 분홍형광색으로 그어야지. 브런치 글발행하는 날은 파란 펜으로 쓰고 가족 여행 가는 날은 초록으로 기록해야겠다. 일기지만 독서를 하면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도 써본다. 특별히 적을 게 없는 날엔 오늘 먹은 메뉴도 써봐야지. 작년에 김치찌개를 먹었네? 늘 뭐 먹지라는 작은 고민도 해결할 수 있겠다. 5년 동안 매달 같은 날 라면 먹은 기록을 한눈에 본다면 웃기고 소름 돋을 것 같다.




지금부터 5년은 두 딸의 중, 고등생활과 성인이 되는 큰 변화가 있을 때이다. 사춘기시절과 진로결정 빠르면 나의 갱년기까지 겹칠 위기도 생길지 모르겠다. 힘들면 힘든 대로 속상하고 눈물이 끊이질 않는 날에도 '오늘기억'이라는 초록 박스에 다 쏟아내다 보면 정답은 없어도 응어리 맺힐 날은 없지 않을까. 지나고 나면 바로 옆칸 아래칸에서 그땐 그랬지 하며 귀엽게 봐줄 수도, 많이 힘들었겠네라는 위로도 해줄 것 같다.

한 권의 다이어리에 나의 마흔 중후반이 고스란히 담긴다. 오십을 향해가며 나의 꿈은 어디로 나아갈지 다양한 이야기, 진짜 이야기 담아봐야겠다. 한 해가 지날수록 아프다 소리보다 운동해서 활력이 넘친다는 기록으로 채우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정보다 긍정기록이, 할 수 있을까보다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어보길. 다이어리를 쓰는 동안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보람 있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5년 뒤 완성된 다이어리를 상상하니 벌써 뭉클해진다. 기대되고 설레는 5년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레는 자존심